TK 빅4 국민회의 핵심포진

입력 1999-07-13 14:22:00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 이만섭(李萬燮)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 여권의 '빅 포스트'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대구.경북 출신이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를 제외하면 여권의 '빅 5'중 네 자리를 지역 출신들이 독식했다. 공교롭게도 호남 출신의 김대중(金大中)정권하에서 이뤄졌다.

현대 정치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다. 호남권과 충청권 연합정권으로 출범한 현 정부가 이제는 대구.경북권까지 포함된 삼각편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이같은 지역출신 독식 현상은 역시 김대통령의 대구.경북 끌어안기, 즉 동진(東進)정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 인사는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끊임없는 구애가 별 소용이 없고 오히려 다른 지역에 눈을 돌리는 게 낫다는 주장들이 여권 내에도 적잖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김대통령의 동서화합에 대한 의지는 신앙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또다른 인사는 "대구.경북 출신 대통령이 아닌 상황에서 이같이 대구.경북 지역이 대접받는 일은 김대중정권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평했다.

어쨌든 김실장에 대한 김대통령의 애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김대통령 자신이 총재로 있는 집권여당의 간판에 이대행을 앉힘으로써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이대행의 전격 기용에는 김실장의 역할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내 대구.경북 출신 세력들이 힘을 모아 공동대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김실장의 한 측근도 "이대행의 등장으로 정부 여당에 대한 지역 분위기가 나아지고 두분 모두 지역에서 활동하기 조금 더 편하게 된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표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인 셈이다.

사실 동교동계 실세들의 전면 등장으로 이대행의 운신도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대행도 간단치 않은 인물이다. 그래서 김실장과 힘을 합칠 경우 여권 내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고 자민련 소속 박의장과 박총재가 지원해 줄 경우 금상첨화다. 박의장과 이대행은 전.현직 국회의장으로 다소 라이벌 의식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들 네 사람은 관계가 서로 나쁘지 않다.

문제는 지역 민심의 반응이다. 권력의 핵심 포스트에 지역 출신들이 대거 포진했지만 과연 지역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또 이들 4인방 체제의 기간도 길지는 않을 전망이다.

어쨌든 이들의 향후 정치적 역할과 영향력, 특히 지역발전 기대에 대한 부합 정도 등에 따라 지역 출신 전성시대에 대한 평가가 나오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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