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새지도부 과제와 정국 전망

입력 1999-07-12 00:00:00

이만섭(李萬燮) 고문이 12일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으로 전격 기용됨에 따라 정국 향방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당직개편은 당의 얼굴인 총재대행에 '순수 관리자'를, 그를 뒷받침할 당사무총장 등 지도부에는 '실세들'을 전진 배치한데 특징이 있다.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 고문을 총재대행에 기용한 것은 향후 정국 운영과 관련해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이 고문이 국민신당 입당파로서 국민회의내에 이렇다 할 뿌리가 없다는 점에서 '사심없이' 당내 각 계파들의 화합을 도모, 흐트러진 당 전열을 정비하는 한편, 본격적인 총선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가교역'이 될 것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중권(金重權) 청와대비서실장이 이날 국민회의 당사를 방문,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갈 것"이라고 말해 국민회의의 지도체제를 확정짓는 전당대회가 8월말 예정대로 개최될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여여 공조 문제는 현재로서는 예측이 쉽지 않다. 이 대행이 공동정부의 한 축인 김종필(金鍾泌) 총리와 별로 매끄럽지 못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대행이 3공 시절 공화당 '정풍운동' 당시 김 총리의 퇴진에 앞장섰던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두 사람은 또 최근 대구.경북(T.K)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 문제를 둘러싸고도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김 대통령이 이 대행을 기용한 것은 조만간 가시화될 내각제 담판을 놓고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행이 본래 자신의 주관은 있되, '임명권자'의 뜻을 거스르기보다 오랜 정치경륜과 친화력으로 '알아서 적절히 집행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김 총리를 포함한 대 자민련 관계에서 자신의 개인적 주관을 내세우지 않고 공동정부의 안정적 운영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그가 '한시적 관리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내각제 담판을 앞두고 자민련을 자극하는 인선으로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유력하지만 구체적인 공조유지 및 강화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대야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실세들이 전진 배치돼 정치력이 보강된 국민회의가 당장의 특검제 도입과 제1차 추경예산안 심의.처리 등 임시국회의 정상가동문제 등을 놓고 대야 협상에 좀더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경선을 통해 원내총무를 선출하는 대로, 곧 바로 여여 조율 및 대야 협상에 나설 계획이며, 일단 정국 복원 쪽으로 주력할 공산이 크다.

그리고 특검제 협상에서 '물꼬'가 트일 경우 여야간 대화정치가 복원되면서 김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단독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T.K 출신인 이 대행 기용에 대해 김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 대비, T.K지역을 겨냥한 것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여야 관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대행이 지난 97년 7월 신한국당 경선 당시 관리형 대표로 임명됐었고, 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이 총재에게 우호적이었던 만큼 여야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론적으로 김 대통령이 총선에 대비한 본격적인 체제 정비를 8월 전당대회까지로 일단 유보, 한시적 관리체제를 선택함으로써 정국기조는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의 특검제 협상, 임시국회 운영은 물론, 내각제 담판과 정치개혁, 전국정당화 추진 및 정계개편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여 및 여야 관계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