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청남대 구상

입력 1999-07-09 15:06: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미국, 캐나다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지 이틀만인 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지방 휴양지인 청남대에 머물며 휴식겸 정국 구상에 돌입했다. 별도의 여름휴가 일정이 있는데도 이처럼 전례가 드물게 청남대로 떠난 것은 깊이 고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방미 전에 이미 예정돼 있던 스케줄이었지만 최근 복잡한 일들이 추가로 생겼다.

가장 큰 현안은 역시 정치 파트. 특검제 문제로 여야의 평행선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정국 혼미 양상마저 빚고 있다. 게다가 정치개혁을 위한 여야간 협상이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은 일단 야당과의 대화 복원에 무게를 둘 듯 하다. 이에 따라 특검제에 대해서도 전향적 방안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와의 여야 영수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특검제와 정치개혁 입법의 일괄타결 모색도 가능하다는 추측이다.

특히 김대통령은 국민회의 당8역 일괄 사퇴에 따른 당 체제 정비와 8월 전당대회 문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공조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마련할 것으로 예측된다.

역시 정가의 관심사는 조만간 정국의 태풍으로 등장할 내각제 개헌 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입장정리 여부다. '8월내 해결'이란 시한을 던졌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나름대로 해법을 찾아야 되는 상황이다. 이번에 김영배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교체의 직접적 계기도 김종필총리와 김전권한대행간의 내각제에 대한 상반된 시각 때문이란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도 고민거리. 환란을 촉발시킨 '기아 사태의 재판'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어 여간 걱정이 아니다. 김대통령은 연내 재벌개혁 완수를 다짐하고 있던 터여서 하반기부터는 채찍을 들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어쨌든 김대통령이 귀경하는 다음주부터는 정치개혁과 재벌개혁의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여 정국은 매우 긴박하게 움직여질 것 같다. 내년 총선과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김대통령은 시간에 쫓기고 있는 셈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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