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7월 북한의 김일성 국가주석이 사망한후 5년간 남북관계는 탈냉전과 동서화합이라는 국제적 흐름을 역행하며 흘러 왔다.
외형적으로는 국제옥수수재단 등 수많은 비정부 민간단체(NGO)들의 북한 방문이 붐을 이뤘고, 대우의 남포공단 조성과 현대의 금강산관광 같은 우리 기업인들의 대북투자가 활성화 됐다.
또 95년 6월 베이징 남북 차관급 쌀회담 이후 2년10개월만인 98년 4월 남북 차관급회담이 베이징에서 재개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민간차원의 접촉과 남북경협, 정부간 회담 재개에도 불구, 지난 5년간의 남북관계를 되짚어 보면 남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통일 실현을 위한 대화와 협상보다 대립과 반목의 시간이 많았고, 남북상호간의 메울 수 없는 불신의 골이 깊게 상존해 있음을 되새기게 한 힘들고 먼 세월이었다.
94년 7월 김일성이 사망하자 우리 국민들은 남북통일의 1차장애물이 제거된 것으로 생각, 한순간이나마 남북통일이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대감은 산산히 부서진 채 김 주석의 죽음은 오히려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북한은 이후 대남 군사도발을 통한 긴장 조성과 재야 및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반정부 투쟁과 춘계 임투 등 극렬한 대남선전선동에 주력했다.
북한은 95년 2월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폴란드대표단을 철수시켰고 5월에는 북측사무실 마저 폐쇄한뒤 중립국 감독위의 해체를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특히 96년 4월에는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지위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자위적 조치로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유지관리 임무를 포기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비무장지대에 출입하는 인원과 차량에 제정된 모든 식별표지를 착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후 대남군사적 무력도발을 실천에 옮겼다.
북한은 96년 4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3회에 걸쳐 중무장한 군인을 투입해 박격포진지를 구축했다. 또 9월에는 강원도 강릉 해안으로 잠수함을 침투시켰으나 이 잠수함이 좌초되면서 대남침투는 실패로 끝났다.
97년 7월에는 북한군 14명이 강원도 철원부근 군사분계선을 월경, 남북간 박격포를 동원한 포격전이 23분간 진행됐다.
북한의 이러한 남북긴장 조성과 무력도발은 김대중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98년 11월 강화도 해상 간첩선 침투와 12월 전남 여수 앞바다 잠수정 침투사건 그리고 지난 6월의 북한 경비정 북방한계선(NLL)의 월경과 이로인한 남북 함정간 15분간에 걸친 포격전 등은 지난 5년간 지속돼온 남북 긴장조성과 무력도발의 연장이었다.
남북 정부간 대화 및 접촉기피 역시 지속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 첫 남북당국간 회담인 98년 4월의 베이징 남북차관급 비료회담에 이어 금년 6월 22·26일, 7월 1일의 이산가족 문제 협의를 위한 1, 2차 차관급회담을 지연전술과 서해교전 사과 등 의제와 상관 없는 문제들을 들고 나와 시비하며 의도적으로 결렬시켰다.
북한이 베이징에서 3차례 남북 차관급 회담에 응하기는 했으나 이는 진정으로 남북화해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20만t의 비료를 얻기 위한 속칭 '염불보다 잿밥'이란 전술적 접촉에 불과했다.
북한은 이처럼 지난 5년간 군사적 긴장 조성과 당국간 접촉 기피 속에서도 NGO 및 우리 경제인들과의 접촉을 통한 경제적 실리획득에는 주력하는 2중성을 보였다.98년 6월과 10월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통일소' 1천1마리와 5t 화물트럭 50대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것과 금강산관광 허용 대가로 현대그룹이 2004년까지 9억4천200만달러를 지불토록 한 계약은 경제적 실리획득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북한은 현재 선미후남(先美後南) 또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이란 대남정책과, 남북당국간 접촉을 기피한채 민간사회단체, 경제인과는 접촉을 지속한다는 2중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김일성 사후 지난 5년간 계속돼온 남북 경색국면은 앞으로도 이어질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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