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민증 디지털 방식 지문 채취 "국민생활 통제" 반발

입력 1999-07-03 00:00:00

정부가 플래스틱 주민증을 새로 발급하면서 지문을 디지털 방식으로 채취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 사회인권단체들이 '국민생활 통제' '개인정보 침해' 등의 이유로 지문날인 거부운동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10여개 인권사회단체 회원 150명은 '우리는 지문날인을 거부한다'는 제하의 선언서를 통해 "지문날인은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한국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문을 채취하는 유일한 국가로 디지털화된 지문정보가 국가기관에 의해 관리될 경우 국민 통제 및 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근거, 헌법소원을 내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500여만명이 발급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플래스틱 주민등록증은 최첨단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 오른손 엄지손가락 지문을 디지털화해 행정기관 전산망에 입력시키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완료되면 지문만으로 이름, 성별, 주소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지문을 통해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지문인식 자동시스템'은 현재 서울지역의 일부 경찰서에서 특수범죄 전과자에 한해 운영되고 있다.

또 앞으로 금융 및 다른 정보망과 연결되면 정부가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것. 그러나 행정기관 및 경찰 관계자들은 남북이 분단돼 있는 상황에서 지문을 통한 국민관리는 불가피하며 국가가 디지털화된 지문정보를 보유하는 것이 범법자 색출 및 범죄예방에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인권시민연대 관계자는 "일본이 최근 재일 외국인에 대한 지문날인 제도를 폐지하는 등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전세계적 추세"라며 "21세기를 앞두고 전근대적 제도인 지문날인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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