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준조세, 연구비 웃돌아서야

입력 1999-06-04 14:27:00

감사원 산하 부정방지대책위원회가 내놓은 준조세 개선대책은 정권이 교체돼도 기업의 고충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또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특히 현정부 들어선 경제위기로 기업이 연쇄도산하고 살아남은 업체들도 부채감축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판에 준조세까지 강요당하다시피하는 사정은 경제회생에 결정적 걸림돌의 하나가 바로 이 준조세임을 말해주고 있다.

감사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의 조사에서 우리나라 기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공과금, 성금, 기부금, 수수료 등 준조세의 규모는 연평균 12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가운데 특히 중소기업의 준조세 부담실태는 업체당 평균 약 1억원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은 준조세가 기업환경을 악화시키는 핵심요인의 하나임을 실감케한다.

물론 기업의 준조세 가운데 공과금이나 성금, 기부금 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측면에서 부담의 당위성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를 만들었다면 운영에 필요한 돈을 거두는 것은 당연하다. 불우한 이웃이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 성금이나 기부금품을 국민의 일원으로서 자진해서 부담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발성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자발적이지 않은 성금 등은 사실상 세금이라할 수 있다.

세금의 성격이라면 그것을 징수하는 문제는 법으로 엄격히 규제해야하는 것이다. 그렇지않고 사실상 강제하는 준조세는 힘에 의한 사적 횡포라고 말할 수 있다.

이같이 무분별한 기부금품 모집을 규제하기 위해 95년 기부금품규제법이 제정됐고 이에 따라 기부금품 모집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법은 광범위한 예외조항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현실이다.

아직도 준조세의 부담규모가 이같은 수준에 이른 것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 최근 북한에 비료보내기를 성금에 의존하면서 전경련소속 대기업들에 100억원을 요구해 물의를 빚은 것도 그같은 사례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회복되려면 정부가 기업들에 자금지원을 하지못할망정 세금도 아닌 자금부담을 무리하게 지워선 안된다. 기업의 장래를 결정하는 연구개발비를 웃도는 수준의 준조세를 내는 것을 방치한다면 경제회생의 희망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감사원이 행정편의 목적의 부담금 신설이나 관주도 행사비의 기업전가행위를 집중감사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정부는 부채에 허덕이는 기업의 부담을 덜기위해 강력한 준조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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