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의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할까. 최근 미국 사법당국이 인터넷 수색영장을 동원해 범죄 용의자의 전자우편과 기타 데이터통신 내용까지 조사하고 나서자 사이버 공간상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란이 재개되고 있다.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개인용 컴퓨터 조사 뿐 아니라 인터넷, 전자우편, 대화방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로부터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온라인상에 기재된 개개인의 일상사부터 은밀한 관계의 연인끼리 주고받는 편지까지 증거자료가 되는 것.
일단 이같은 수사방법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12세 소녀에게 '나는 네가 누군지, 어디 사는지 알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익명의 전자우편이 날아들자 경찰은 수신자의 계정을 추적, 범인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한 소아과 의사는 어린이 포르노 사진을 인터넷으로 유포하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또 피살자의 인터넷 이용내역을 조사한 결과 범인은 피살자가 통신상에서 사귀던 한 여인의 남편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가명으로 대화방에서 회사 기밀과 비방하는 내용을 퍼뜨린 직원들이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정보제공 덕분에 무더기로 검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상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용의자뿐 아니라 피해자의 사생활도 공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가입자들의 불안이 확산되자 미국 최대의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인 AOL(America On Line)은 1천800만 가입자들에게 "합법적인 절차없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밝히고 나섰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인터넷상 밀애를 즐긴다 하더라도 이들이 이혼소송을 밟기 전까지 사이버 공간속 연인의 정체를 밝힐 수 없다는 것.
정작 네티즌들이 우려하는 것은 정부나 사법당국으로의 정보 유출보다 상업 또는 범죄 목적으로 정보가 이용되는 것이다. 지난해 미연방무역위원회(FTC)가 상업적 웹사이트 1천400여개를 조사한 결과, 85%가 사용목적을 밝히지 않고 이름, 우편번호, 전자우편 주소, 신용카드 번호, 의료기록 등의 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 이용자에 대한 정보 유출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어린이용 주요 웹사이트 212개 중 89개 어린이를 통해 신상자료 등을 입력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들 중 23%만이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는 것.
이처럼 사이버 공간상의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해지자 미국 정부는 인터넷 개인정보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며 강경 방침을 내세웠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 방지를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개인정보 보호규정을 신설, 오는 2000년 1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개인정보를 서비스 목적 이외에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누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
아직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은 미국의 경우 인터넷 사업자들은 자체 규정을 강화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업계측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방문자수 상위 100위내 웹사이트들 중 개인정보 관련 안내를 게재한 사이트가 지난해 71%에서 94%로 늘었다. 또 임의로 뽑은 7천500개 사이트 중 364개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65.7%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고문을 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업계의 거대공룡인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IBM은 최근 자사 웹광고를 게재하는 750여개 인터넷업체에 개인정보 보호를 요청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용자의 이름·주소·전화번호·전자우편 주소 등 개인정보를 인터넷상에서 보호해 주는 기술인 'P3P'를 전자상거래에서 이용될 수 있도록 개발할 방침이다.
또 미국 인터넷 개인정보 보호단체인 OPA(Online Privacy Alliance)는 개인정보의 유출 및 통제 정도 등을 조사한 뒤 사용자 동의없이 이를 누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인증마크를 개별 웹사이트에 표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인터넷업체들은 인터넷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전지구적 매체를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FTC 등은 웹사이트들의 부당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법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 과연 웹사이트 규제에 정부가 나서야 할 지, 또 어느 선까지 규제해야 할 지 등이 인터넷 시장 성장의 주요 관건이 될 전망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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