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생 학습권이 교원 명퇴에 우선

입력 1999-06-03 14:24:00

교원은 학생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자로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우리 교육청은 99년 2월말에 명예퇴직을 희망한 초등교원 551명 전원을 명예퇴직시킨 바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8월말에는 명예퇴직 신청자 662명 중에 313명을 명예퇴직자로 결정하여 지난 5월에 발표하였는데 이 결정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어서, 그 일을 직접 추진한 실무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결정되기까지의 배경을 설명할 필요를 느낀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 시대적 전환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학교교육을 안정된 분위기속에 정상화하기 위해서였다.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는 일부 학부모나 시민들은 '명예퇴직으로 학교를 떠나고자 하는 선생님들을 왜 억지로 학교에 붙들어 두려고 하는지?'의아해 하겠지만, 초등교사 임용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8월말에 신청자 전원을 명예퇴직 시킬 경우, 700여명의 강사를 임용해야 되고, 그 중에 교과전담교사를 제외한 349학급에 담임교사가 없어지므로 책임있는 학생지도나 정상 수업을 하기 어렵다.

한편에서는 강사가 학급담임을 맡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강사와 교사는 그 법적 책임의 한계가 달라 교원 수급상 명예퇴직을 한분이 다시 교단에 서야 할 경우 강사로서 교과전담교사는 될 수 있으나, 학급담임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잘 아시다시피 담임교사의 채무는 막중하다. 학급 어린이들의 교과활동, 특별활동, 생활지도 및 인성교육 등 교육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담임교사이며, 특히 올해는 7차 교육과정 개편, 생활기록부 전산화, 수행평가 등 담임교사가 수행해야 할 업무가 많고 중요하기에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강사에게 학급담임을 맡길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 부득이 내린 고뇌의 결단이었다.

그리고 추진과정에서 명예퇴직 희망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교원들에게 교육감의 간곡한 서신과 직접 면담 등 수차례에 걸쳐 교원 수급상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담임을 바라보는 어린 제자들을 생각해서 다시한번 마음을 돌려 이번 학년이 마치는 내년 2월까지 만이라도 교단을 함께 지켜달라고 호소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다.

물론 명예퇴직 희망 교원의 개인적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교원 자원이 부족하여 학생을 지도할 교사가 없는데도 명예퇴직을 희망대로 수용한다면, 이는 교육을 포기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저버리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2세들의 교육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교육을 책임지고 있더라도 지금과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00년 2월말에는 교대 졸업생의 신규채용 등으로 수급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어 명예퇴직 수용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지켜온 교단에서 마지막까지 학생들과 함께하는 참스승의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경희(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인사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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