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없는 규제완화 일선 지자체 혼란 가중

입력 1999-05-13 15:12:00

중앙정부가 각종 규제완화 법안을 만들면서 실제 법적용을 위한 시행령을 제때 마련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편 초래는 물론 일선 행정기관들조차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을 개정, 이달 9일부터 노래방의 등록·단속업무를 경찰에서 구·군청으로 넘겨 시행에 들어가도록 했으나 관련 시행령은 11일에야 국무회의를 통과했던 것.

더욱이 시행령이 통과되고도 일선 자치단체로의 송달이 늦어져 대구지역 일선 구·군청은 법을 적용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12일까지 노래방업 등록 신청을 받지 않아 민원이 잇따르는가하면 노래방 불법영업 단속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숙박업소의 '숙박부'비치 의무조항, 식품·이·미용업 종사자들의 보건증 소지조항 등도 각각 지난해 11월과 6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폐지방침을 발표, 올초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여태 규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구청에서는 여전히 이들 규제조항을 단속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어 업주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 중구 식당업주 김모(45)씨는 "보건증이 없어질 것이라는 정부 방침을 들은지 오래됐으나 구청에서는 여전히 보건증 단속을 하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 협회에서도 회비 미납자들에게 보건증 미소지로 고발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역시 지난달 30일부터 법정제한속도 완화 등이 포함된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공포, 시행에 들어갔으면서도 개별도로의 속도조정 권한을 가진 각 지방경찰청에는 시행 당일 오후에야 '택배'로 시행령을 전달하기도 했다.

구청 한 관계자는 "모법(母法)만 개정된 채 시행령은 내려오지 않는 '파행법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 총선과 맞물려 규제완화책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같은 행태가 고쳐지지 않을 경우 법 집행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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