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성발사 잇단 실패 우주산업 신뢰도 추락

입력 1999-05-13 14:01:00

미국 우주항공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9개월간 6차례에 걸친 위성발사가 실패로 끝났기 때문. 아예 로켓이 폭발해 버린 경우가 2차례. 다른 3개 로켓에 실린 위성들은 정상궤도를 찾지 못해 무용지물이 돼 버렸고 나머지 1개 위성은 종적이 묘연하다.

이로 인한 비용손실은 35억달러. 사고가 난 6개 로켓에는 군사위성 3개, 상업용 통신위성 2개, 지상 사진촬영용 민간위성 1개가 실려있었다. 이들 중 3개는 미공군이, 나머지 3개는 보잉과 록히드 등 우주항공업체들이 발사를 맡았다.

특히 보잉과 록히드는 우주왕복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우주왕복선 발사계획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호에 지상봉쇄 명령이 떨어졌고 오는 7월로 예정된 망원경 운반 임무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 콜롬비아호를 쏘아올릴 로켓이 지난달 사고를 일으킨 타이탄 4호 로켓과 같은 종류이기 때문이다. 콜롬비아호는 15억달러짜리 찬드라 X-레이 망원경을 싣고 갈 예정이었다.

가장 최근에 사고를 일으킨 위성은 보잉사의 최신예 로켓인 델타 3호. 바로 지난 5일 데이콤과 미국 로랄 오라이온사가 공동투자한 '데이콤 오라이온 위성'을 쏘아올리려던 로켓이다. 수차례 발사 연기끝에 재발사됐으나 결국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케이프커네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데이콤 오라이온 위성'은 로켓 1단계 발사후 152㎞상공에서 2단계 점화를 거쳤다. 그러나 이후 과다한 연료 소모로 3단계 점화장소인 적도 상공 2만6천㎞에 도달하지 못해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발사 2주전에는 카운트다운이 제로까지 갔으나 로켓이 점화되지 않았다. 보잉사는 결함을 발견, 이를 바로 잡았고 다시 1차례 발사 연기가 있은 뒤 최종 발사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델타 3호 로켓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갤럭시 방송위성을 싣고 첫 발사에 도전했으나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로 발사 71초만에 공중 폭발하고 말았다. 갤럭시 위성도 산산조각 나 버렸다. 잇따른 위성발사 실패로 델타 3호 로켓 뿐 아니라 제작사인 보잉사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델타 3호는 장차 로켓시장을 장악하려는 보잉사의 야심작으로 이전 모델인 델타 2호에 비해 2배나 많은 화물을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던 것.

또 지난해 8월 미국 국방성이 자랑하는 가장 강력한 로켓이자 군사용 중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유일한 발사체인 타이탄 4호가 사고를 냈다. 첩보위성을 싣고 가던 중 발사 1분이 채 못돼 폭발한 것이다. 사고 조사를 맡은 미 공군은 배선망에 문제를 발견, 제작사인 록히드사의 품질관리체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사기간 동안 발사가 금지됐던 타이탄 4호가 재가동된 것은 지난 4월. 그러나 미사일 경보 위성을 운반하던 로켓은 값비싼 위성을 비정상 궤도에 내려놓아 무용지물로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지난 7일 발사된 또 다른 타이탄 4호 로켓은 싣고 가던 군사용 통신위성을 정상궤도보다 수천 km 아래 쪽에 진입시켰다. 수명이 크게 단축된 것은 물론 제기능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잇딴 사고에 우주항공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의 존 록스던 소장은 "로켓 발사 시스템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 같다"며 "항공기 이착륙 정도의 믿을 만한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사고 발생은 계속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 미우주항공 당국이나 업체들이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어가며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고 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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