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자체기강부터 잡아라

입력 1999-05-10 14:35:00

현직 경찰관이 농협에 들어가 강도행각을 벌였다는 보도는 작금 가뜩이나 어지러운 사회에 충격파와 함께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IMF체제 아래 구조조정 여파로 몸살을 앓으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범죄로 이어지는 등 그야말로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사회상을 보이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그 진정제 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을 안심시켜 일상생활을 영위케하는게 바로 경찰이다.

그런데 그 경찰이 거꾸로 공범과 함께 복면을 하고 농협에 들어가 돈을 강취하려다 실패하자 증거인멸을 노려 훔친 차량을 불태우고 자기가 저지른 강도사건 수사요원으로 태연히 근무했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이건 국민에 대한 철저한 배신이요 수많은 동료경찰들을 '한통속'으로 몰고 가 궁극적으론 국민들의 경찰불신을 자초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경찰의 수사권독립 문제로 검·경이 철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경찰의 입장에선 최악재의 빌미까지 제공한 저질 경찰상의 표본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 기강해이의 작태는 곳곳에서 일어난 터라 더욱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얼마전 전주에선 현직 경관이 친형 빚쟁이를 권총으로 쏘아 죽인 사건이 있었나 하면 대구의 경찰간부는 마약사범을 검거하지 않는 대가로 거액을 챙기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경기도 경찰청장이 회식자리에서 간부에게 폭행을 당하는가하면 경기도 어느 경찰서장은 대낮에 술취한 간부를 노상에서 따귀를 때리는 등 그야말로 기강해이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출신의 전직 소매치기전담형사가 서울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하다 덜미가 잡힌 사건에 접하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란 표현외에 달리 쓸 말이 없다.

9만경찰의 명예를 몇사람의 경찰관들이 숱제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뜨린 꼴이 되고 말았다.

현실이 이러한데 그냥 한번 지나가면 그뿐이라는 사고방식을 경찰 고위층이 갖고 있다면 우리 경찰의 앞날은 그야말로 암담하다. 큰 사건이 터질때마다 차상급자(次上級者)들을 문책하는 것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그 기강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각종 비리가 너무나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것을 치유하는 곳이 바로 경찰이다.

그런 경찰이 중심을 못잡고 이렇게 흔들거려서야 어디 국민인들 불안해서 살 수가 있으랴. 경찰의 기강확립 방안이 당연히 나와야 하고 그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들이 확인하도록 하는게 당장 시급하다는 점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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