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정치권 언론공해

입력 1999-05-08 14:08:00

옛부터 말을 가려서 해야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었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갔다 두부 사온다'고도 하지 않는가. 정치권의 막말 주고받기가 실로 낯뜨거울 지경까지 온 느낌이다.

이래서야 1년에 한번 돌아온 어버이 날에 자식들로부터도 존경과 고마움의 뜻이 담긴 꽃한송이인들 제대로 받아 볼는지, 남의 일같지 않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는가"고 한 말이 사실 신중하게 고려한 흔적이 있는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권여당의 총재대행이 이를 두고 "나라가 무너지기를 기대하는 심사가 들어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아 친것은 문제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대변인의 논평 역시 '야당총재가 외국인투자가들을 내쫓는듯한 발언'으로 규정해버려 헤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막말의 정도가 "이총재의 발언으로 주가가 떨어지고 투자자가 떠나면 할복자살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한 손세일(孫世一)총무의 발언에 접하면 제대로된 악담 이라고 밖에는 달리할 말이 없어진다.

정치권은 악담콘테스트를 위한 마당인가 언어공해의 현장인가. 언젠가는 일신의 영화로는 극점에까지 올랐던 전직대통령들이 상대를 주막강아지.골목강아지로 맞대거리를 하더니 이젠 야당총재에게 할복까지 점잖게 권유하는 여당의 원내 야전군사령관까지 나왔으니 갈데까지 가고 있는 형국이다.

본인이 문제발언을 취소했다지만 박은 못을 빼낸들 흔적까지 지우랴. 이총재의 당에도 소진(蘇秦).장의(張儀)같은 당대의 세객(說客)들이 도처에 있을텐데 총재진의가 왜곡되는 말이나오게 됐으니 원인제공의 책임이 있다. 결국 작금의 무리한 정국운영이 무리한 말을 낳은 것이다. 말많은 집은 장맛도 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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