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빚진 1천300만원은 2천만 국민이 하루 담뱃값 60전씩 3개월만 모으면 갚을 수 있습니다' 1907년 1월 29일 대구의 거상(巨商) 서상돈은 대구민의소(대구상공회의소 전신) 회장이었던 김광제 등 20여명과 함께 국채보상운동을 발의했다.곧이어 서울에 국채보상운동 기성회가 조직됐고 앞다퉈 전국 각지에 유관단체가 생겨났다. 거지부터 부자까지 한마음으로 참여했고 고종황제도 궁궐에서 금연을 명했다.
비록 반민족단체인 일진회와 일제의 탄압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으나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은 3.1운동 직후 물산장려운동, 해방 후 국산품애용운동으로 면면히 이어졌다. 그리고 100년이 흐른 현재 1천억달러를 넘는 국가 빚을 국민들이 나서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이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
'외채누적'과 '투기자본'의 이중덫에 걸린 채무국의 어려움을 대변하려는 국제적 움직임은 이미 '주빌리 2000', '아타크(ATTAC)' 등을 통해 가시화돼 왔다. 그러나 이들 운동은 외채를 탕감해 줄 경우 채무국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채권국들의 반박에 부딪혀 논리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등장한 것이 바로 국채보상운동 정신이다. 대구라운드는 이를 현대적, 논리적으로 발전시킨 것. 국채보상운동은 빌린 돈을 탕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갚자는 운동이다. 국가의 빚을 국민이 나서 갚겠다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특이한 시민운동이다. 대구라운드는 외채를 상환하는 동시에 왜곡된 세계 금융질서를 채권-채무국 공동의 노력으로 바로잡아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기자본 때문에 떠안은 빚을 갚기위해 다시 고금리의 외채를 빌리는 채무국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
대구라운드 주창자인 김영호 교수는 "국채보상운동은 'SIDO(건전한 국제 외채질서;Sound International Debt Order)'라는 현대적 개념으로 해석된다"며 "이같은 의미있는 시민운동이 대구에서 발원했다는 사실을 '서상돈 기념상' 제정을 통해 전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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