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신예 은희경·김호경씨 소설 출간

입력 1999-04-12 14:09:00

90년대 중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후 급부상한 중량감 있는 신예들의 소설이 나란히 선보였다.

96년 첫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동서문학상을 받은 은희경(40)씨가 창작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를 창작과 비평사에서 냈고 97년 첫 장편소설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호경(37)씨가 두번째 장편 '구두는 모든 길을 기억한다'를 문이당에서 출간했다.

계간지, 동인지등에 발표한 중·단편 7편을 함께 묶은 은씨의 이번 창작집은 작가 특유의 속도감있는 문체와 세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큰 주제에 매달리기 보다는 첫 사랑이나 젊은이의 방황, 부도덕한 애정관계, 가족제도등 우리 생활주변에서 있을 법한 보편적인 소재를 채택, 이야기로 엮어내고 있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일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읽는 사람들을 보다 농밀하게 소설공간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랄까. 독자들이 스토리속으로 거부감없이 자신의 감정을 묻어넣는 장점이 있다.

작가는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에서 유부남과의 관계에 빠진 한 여성이 사랑뒤에 늘 쓸쓸한 이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그려내고, 표제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에서는 결혼·가족제도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을 통해 삶의 허무를 포착해낸다.

또 자전소설에 가깝다고 밝힌 '서정시대'에서 첫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냉혹한 세상을 버텨내기 위한 행동양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상관관계를 놓고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한다.

김호경씨의 장편 '구두는 모든 길을 기억한다'는 세기말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파괴적이고 모순된 삶을 다루고 있다. 현대사회의 병적 징후들을 실험적인 기법으로 파헤친 첫 장편 '낯선 천국'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황폐하고 일그러진 젊은이들의 삶과 의식세계를 통해 가치관의 부재를 일깨운다.

'구두'는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와 파괴본능을 목격토록하는 소설적 장치. 가난한 미대생의 신분에서 교수로 변신한 정일규와 부잣집 외동딸 하비인, 트럭운전사 진혁, 구두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야간대학에 다니는 은영등 등장인물들의 불안한 자화상을 추리기법으로 세밀하게 그려내 이들의 비뚤어진 의식세계를 꼬집는다.

하지만 소설은 이들의 어둡고 거친 삶의 모습에만 머물지 않는다. 삶의 마지막 희망은 곧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작가는 남겨두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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