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남기행-(12)영덕·울진-관광지로 거듭나기

입력 1999-03-22 14:00:00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 구룡포항과 강구·후포항에도 조업을 포기한 채 하릴없이 정박된 어선들 위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신한일어협 재협상이 국민들의 관심속에 진행중이던 때였다. 내륙엔 단비지만 어협으로 생계를 잃어버린 어민들에겐 그대로 눈물이었을 비.

어협 피해상을 생생하게 기록하기 위해 동해안을 찾았던 취재진은 '어장 동해안'으로부터 동해안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 마냥 주저앉아 한탄만 듣고 있을 수는 없기에.

동해안 천혜의 관광자원에 주목했다. 동해안 대동맥 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노라면 오른쪽엔 보기만 해도 가슴 철렁이는 푸른 바다 해안선이, 반대편으로는 태백의 지맥을 이어받은 높낮은 산과 계곡, 온천 등이 천지로 조화를 이룬 곳.

"사실 동해안 관광은 어떤 면에선 천편일률적이어서 차별화하지 않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또 이제 관광은 단순히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체험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개발해 나가야지요"

'관광 입군(立郡)'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영덕군 김우연(55)군수는 관광차별화 전략을 통해 영덕의 21세기를 설계하고자 했다.

장사해수욕장, 고래불 관광종합휴양지, 부경온천 등의 개발사업은 영덕의 관광 미래를 다지기 위해 추진중인 꿈나무인 셈. 지난해 큰 인기를 누린 MBC주말 드라마'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가 이곳이란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연 2만명의 관광객을 추가 확보할 수 있었던 영덕으로선 볼거리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미 실감했을 터.

그러나 그 추진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포항을 지나 영덕에 올라서면 바로 보이는 장사해수욕장. 백사장이 길다 해 장사(長沙)라 했고 물이 맑고 모래질이 좋은데다 7번 국도변에 위치, 바로 맞은편 부경온천 개발과 연결해 해안사계절 관광 휴양지로 조성키로 했었다. 그러나 시설 지구 중심인 솔밭에 위치한 군 부대가 이전을 기피, 4 년째 차질을 빚고 있었다.

영해면 대진해수욕장과 이웃한 고래불해수욕장을 서로 연계, 해송림과 명사 20리길을 부각시켜 종합휴양지화한다는 고래불 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

대진 해수욕장내 언덕에 위치한, 한때 이건희삼성그룹회장의 친형인 이맹희씨가 소유했다는 별장에서 내려다 본 휴양지 조성 현장엔 지난 96년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된 이래 지금껏 대진과 고래불을 잇는 해안 가교 공사만 무심히 진행되고 있었다. 조성 완료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4년 늦은 2007년이 돼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곳 별장을 관리하면서 대진 앞바다에서 스킨 스쿠버를 가르치기도 하는 최억(38)씨는"이곳 바다만큼 청정한 곳도 드물다"면서도"저렇게 개발이 더뎌서야 뭐가 되겠나"고 혀를 찼다.

공공 투자로 이처럼 기반 조성사업이 일단락되더라도 민자유치가 또 다른 과제. 돈벌이가 돼야 몰려드는 것이 민간 사업자들 생리(生理)지만 가득이나 IMF로 움츠러들대로 움츠러 든 이들이 종내 이곳에다 주머니를 내어줄지는 미지수였다.

강구를 지나면서 왕복 2차로로 좁아드는 7번 국도를 내쳐 올라가 도착한 울진. 영덕과의 위치만 다를 뿐 산과 바다, 온천 등 천혜의 관광보고란 점에서 형제처럼 닮았다.

울진읍에서 남서쪽으로 약 5km 거리의 근남면 구산리 성류산 밑에 위치한 2억5천만년의 나이를 자랑하는 천연 석회석 동굴 성류굴이 있다는 것, 또 왕피천 북쪽 근남면 행곡리서 서면 하원리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최장의 계곡인 한국판 그랜드 캐넌, 불영이 있고 온천 백암과 덕구가 먼저 위세를 떨친 것 등이 차이라면 차이.

그러나 관광 울진의 고민도 영덕과 다르지 않았다.

개발된 지 20년을 넘긴 백암온천은 지난 97년 관광특구 지정으로 골프장 건설 등을 통해 종합휴양관광지로 발돋움하려 했지만 선뜻 투자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

"성류굴에 대한 투자가 아쉬워요. 요즘은 학생들 수학여행 코스에서도 성류굴이 빠지는 추세입니다"

매년 10억원 가량의 입장수익을 올리면서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성류굴 앞 실내 포장마차 집에서 만난 관광기사 황용호(44)씨는 관광 울진의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듯 푸념을 늘어놓았다.

근남면 해안가의 은빛 모래를 자랑하는 망양해수욕장 관광지구도 연수원, 해수온천장 등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 들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렇다면 영덕과 울진의 관광진흥을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규상(53) 울진군 문화관광과장은 "울진의 볼거리를 적극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지로 알려진 울진과의 교통문제만 해결되면 관광 인파가 저절로 몰려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울진 사회 정책연구소에서 문화관광쪽을 연구하는 조상현(32)씨도 "관광이 제대로 되려면 전국을 상대로 해야하는 만큼 내륙에서 이어지는 철도 건설 등이 관광진흥의 관건"이라고 맞장구쳤다.

영덕 김군수도 2002년 완공예정인 강구에서 울진으로 이어지는 7번 도로의 4차선 확장 공사와 안동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34번 국도의 4차선 확·포장공사 등이 조기에 완공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김군수는 또 "우리는 전혀 바다 교통을 생각지 않는데 바다에 유람선을 띄우면 7번국도의 교통 소통도 한결 나아지고 관광유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들은 바로 접근성의 문제. 계산빠른 민간 사업자 확보도 접근성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면 누구보다 재빨리 쏟아져 들어올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었다. 울진 기성면에 200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인 울진공항 건립이 하루라도 빨리 완공되기를 목마르게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늦은 감은 들지만 관광로 보완 계획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2002년엔 영덕과 울진이 추진중인 관광 청사진 또한 제대로의 탄력을 받아 이들이 경북 동해안 관광의 중심지로 훌쩍 커진 모습을 볼수 있을 성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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