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포항공항 활주로 이탈…두동강 해체

입력 1999-03-16 00:00:00

승객과 승무원 156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지나 흙제방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76명이 다쳤다. 사고를 일으킨 대한항공 여객기가 16일 새벽 대형 크레인에 들려 두동강난채 해체되고 있다.

〈朴魯翼기자.사진설명〉

KAL기 착륙사고-사고위험 도사린 지방공항

대형참사의 가능성이 높은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공항설비 부실, 항공사의 안전 불감증 등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고 있어 지방 중소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15일 포항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1533편의 활주로 이탈 사고는 항공기 착륙장치 고장 등 지난해 7건의 크고 작은 사고에 잇따른 것으로 항공기 안전 체제에 허점을 드러냈다.

한국공항관리공단 등 공항관계자에 따르면 김포 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공항 대부분이 공항주변에 구릉, 산 등 장애물이 많은 데다 안전 이착륙을 보장하는 첨단시설도 크게 부족, 대형참사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사고가 난 포항 공항의 경우 인접한 인덕산 (해발96.6m) 때문에 착륙시 필요한 활공각도가 적정치 3°보다 높은 4.13°로 계기착륙장치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포항공항은 또 해안에 위치, 잦은 안개와 강풍 등 안정운항에 취약한 여건으로 여객기 결항률이 평균 3%보다 높은 4.6%에 이르고 있으나 공항측의 안전시설 개선노력은 부족, 이용객들로 부터 비난을 자주 받아왔다.

대구공항의 경우 양 방향 활주로에 설치토록 된 계기착륙장치가 인근 지형의 영향으로 인해 한쪽 밖에 설치할 수 없는가 하면 활주로 노면 측정기가 노후해 사고 예방을 위한 정밀 측정이 어려운데도 신형으로 교체하지 않아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구공항은 노면측정기가 노후해 지난 국정감사 때 지적까지 받았다.

또 항공시설 및 관제의 운용 체계가 군-건교부-공항공단으로 3원화 돼 있고 군용 및 민간 항공기가 활주로를 함께 사용해 민항기의 이.착륙 지연사태나 군용기의 예외적인 운항 등에 따른 돌발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구공항 한 관계자는 "이런 공항 환경에서는 책임 소재가 불명확 해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93년 아시아나기 추락사고 원인을 제공했던 목포공항 역시 주변에 장애물이 산재해 있고 여수 공항은 정밀계기 착륙장치가 없어 시계비행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한편 포항공항 사고가 난 15일 대구공항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지점 등에는 사고 경위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고 항공기 이용객들도 불안해 했다.

항공기 이용객 이모(39.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포항공항 사고 소식을 듣고 나니 항공기 타기가 겁나지만 서울에 급한 볼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항공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柳承完.崔潤彩.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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