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부항요법

입력 1999-02-23 14:01:00

침, 뜸, 한약 못잖게 한방의료기관에서 흔히 활용하는 치료법이 부항(附缸)요법.작은 항아리처럼 생긴 부항이라는 도구로 인체에 물리적 자극을 가해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요법으로 침치료와 병행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발관법(拔罐法), 흡통법(吸筒法) 등으로도 불리는 부항요법은 인체의 생리적 균형상태가 깨어져 생긴 비생리적 체액인 담(痰)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혈액인 어혈(瘀血)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자율신경계에 자극을 줌으로써 소화·배변작용, 수면상태 개선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부항을 시술부위에 부착한 뒤 흡입기로 부항 내부의 공기를 빼 진공상태로 만들면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이 향상되고 노폐물이나 독소를 체외로 배설하는 작용을 하며 중추신경의 평형조절, 진통효과를 주게 되는 것이 부항요법의 기본원리. 병소부위에 출혈을 시킨 뒤 부항을 부착해 어혈을 제거하거나 부항에 약물을 넣어 피부에 흡착시켜 치료하기도 한다.

부항요법은 고혈압 등 순환기질환, 천식·결핵 등 호흡기질환, 몸이 붓고 소변을 잘 못보는 비뇨기질환, 불안·초조·불면으로 생기는 정신계질환, 월경통·냉대하 등 부인과질환과 류머티즘, 복통, 소화불량, 두통 등 다양한 질환에 널리 적용된다.

부항요법을 시술하면 해당 부위에 색소반응, 응고반응, 자반반응, 수포반응, 압통반응 등 각종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중 색소반응은 부항을 부착한 피부 표면에 남은 색으로 질병의 경중과 경과, 예후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색소반응이 점차 소멸될수록 질병이 호전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부항요법 시술시 피로감, 어지러움, 소양감, 열감 등 자각증상을 느끼기도 하므로 반드시 환자의 전신상태를 고려해 시술해야 한다.

부항요법은 피부 탄력이 없고 빈혈이 있을 때, 괴혈병 등 출혈성 질환과 고열, 경련, 피부과민이 있을 땐 시술하지 않는 것이 원칙. 근육이 수척하거나 골격이 함몰된 부위, 모발이 많은 부위에도 적용할 수 없다. 또 임신부에 대한 시술도 주의해야 한다.

이재은 동서한방병원장(053-629-7001)은 "부항요법은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 대표적 한방치료법이지만 정식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시술받을 경우 감염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주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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