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여행

입력 1999-02-19 14:00:00

선조들의 버거웠던 삶과 호국의 의지가 담긴 산성. 봄 방학을 맞아 가족이 함께 성돌 하나하나에배어있는 역사의 소리를 담아보자.

산성여행은 잦은 외침으로 숱한 세월동안 성을 쌓아야 했던 조상들의 애환과 고달픈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 성터를 거닐며 자녀들과 못다 나눴던 이야기보따리를 풀기에도 제격이다.평지에 쌓은 읍성(邑城)은 지방 행정관서가 있던 고을에 축성돼, 관아와 민가를 함께 수용했다.경주·상주·안동·대구읍성이 대표적이지만 자취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험준한 산세속에 자리잡은 산성은 대부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구·경북에 산재한 산성은 20여곳. 성마다 선조들의 성쌓기 전설과 갖가지 계략에 얽힌 전설이한두가지쯤은 아쉬움으로 전해온다.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영남제일의 요새 칠곡 가산산성(사적 제216호). 팔공산 자락 가산(架山)에 자리한 가산산성은 정상에 내성(內城), 중턱에는 중성(中城), 아래쪽에는 외성(外城)을 쌓은 국내 유일의 삼중성(三重城)이다.

병자호란이 끝나고 1639년(인조17년) 축성되기 시작한 이 성은 천험의 요새에 자리잡아 6·25때에도 격전이 벌어진 곳이다. 4km에 이르는 내성에는 얼음창고와 4개의 사찰이 지어졌고 외성에는 도내 모든 장적을 보관하는 장적고(帳籍庫)와 승병 훈련소, 별장(別將)의 숙소 등 부속건물이마련돼 있었다.

상주 견훤산성은 화북면 장암리 해발 400여m의 장바위산 정상부에 있다. 산성의 둘레는 약 1km,성벽의 높이는 2~4m 정도. 특히 남쪽 암벽을 끼고 수직으로 쌓은 성벽은 높이가 15m나 돼 보는이들에게 위압감을 준다.

성벽의 안팎은 모두 잘 다듬은 석재로 쌓았고 장방형을 이룬 네모퉁이마다 망대가 남아있다. 성안에는 낙엽송과 소나무가 우거져 삼림욕장과 산책로로도 좋다. 군위 화산산성은 화산의 계곡전체를 둘러 쌓은 포곡식 산성. 영천시에서 28번 국도를 타고 군위쪽으로 가다보면 고로면 화수리에 입구를 알리는 간판이 나온다.

외침을 막기위해 1709년(숙종 35년)에 홍예문(북문)과 수구문(水口門)을 시작으로 축조에 들어갔으나 백성들의 원성을 사 공사가 중단된 미완의 성이다.

북문과 수구문은 축성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 조선시대 축성기법과 공정을 파악하는데 귀중한자료가 되고 있다.

문경새재에 굽이굽이 늘어선 조령산성도 산성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상초리 일대의 조령은 영남에서 소백준령을 넘어 한양으로 가는 길목.

8km의 험준한 계곡을 따라 요새로 구축된 조령산성은 3개의 관문과 부속성이 사적 제147호로 지정되었다.

영남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갈때 죽령을 넘어가면 죽을 쓰고 추풍령을 넘어가면 추풍낙엽처럼떨어지는데 비해 새재로 넘어가면 새처럼 가볍게 붙는다는 전설때문에 반드시 지나던 길목이다.이곳은 임진왜란때 신립장군이 조령을 포기하는 전술상의 실책으로 한양을 잃은 뼈아픈 역사를갖고 있다. 임란후 방비책으로 쌓은 성이 조령 제1, 2, 3관문. 제1관문 좌우로 길게 늘어선 석성은높이 4.5m, 폭 3.4m, 길이 188m이고 부속산성의 높이는 1~3m이고 길이 1km쯤 된다.구미 금오·천생산성, 문경 천마·고모산성, 청도 주구산성 등도 발길이 자주닿는 산성여행지다.〈李春洙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