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자병용 계획 발표는 그동안의 한글전용 위주의 어문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소리를 일게 하고 있으며, 또다시 뜨거운 논란이 예상되기도 한다.우리의 어문정책은 48년 한글전용법 제정 이후 '필요한 때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지금까지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권교체 때마다 한글전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문화관광부의 이번 발표로 그 기본틀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공문서 한자병기확대, 도로표지판 한자병기, 교육용 한자 재조정 등의 방침은 한글전용에서 한자병용으로 가는 첫걸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문정책은 한 나라 문화정책의 핵심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전문가들의 여론수렴은 물론 관계 부처와도 충분한 조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는 비난을 면하기도 어렵다.
한글전용을 주장해온 한글학회는 정부의 이번 발표를 정보화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도로표지판의 한자병기 확대는 일본인에 영합하는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고있다. 하지만 한글전용을 반대해온 단체들은 '우리 어휘의 3분의 2 이상이 한자'라는 점을 내세워한자병용 확대 방침을 반기고 있다. 한글을 바로 알고, 한자문화권과의 연대를 위해서도 그렇다는논리다.
오늘날 세계화라는 미명의 외압은 한글의 입지를 좁아지게 하고 있다. 국어교육 경시, 학자들의소모성 논쟁, 매스컴과 언어대중의 한글 오용이 부른 결과다. 영어.일어 등의 표기 부호나 토씨기능만 남고 본래의 구실은 점점 명맥도 보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는 로마자 직접 표기가 일상의 문자생활에까지 뿌리내리는 추세다. 자기 말과 글을 쓰자는 목소리가 소수의 것으로돼가는 현실도 안타깝게 그지없다.
하지만 한글전용에도 불구하고 한자가 계속 사용돼온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표의문자인 한자를 표음문자인 한글로 적게 됨에 따라 아직도 절반 이상의 낱말들이한자를 모르고서는 그 뜻을 알 수 없는 세대들은 그 뜻을 모른 채 사용하는 낱말이 적지 않다.전통문화의 유지.발전과 함께 한자문화권인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는데도 한자교육이 가볍게 여겨질 수만은 없다. 그런 점에서는 국한혼용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졸속은 금물이다. 차제에 한자병용에 대한 폭넓은 여론 수렴과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으로 신중을 기하고, 한글의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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