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치금융 더 이상 안된다

입력 1999-02-03 14:40:00

은행 인사철을 맞아 또다시 관치금융의 요인이 되는 인사청탁 바람이 일고 있다. 그것은 주택은행장등 일부 은행장이 E메일을 통해 공개적으로 인사청탁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섬으로써드러난 것이다. 여기서 주택은행장은 "정.관계에 내로라 하는 인사들의 전화와 방문을 통해 승진과 부서이동에 관한 청탁을 해오고 있다"고 실상을 밝혔다.

이것이 외국의 학자들이 지적하는 소위 지연 혈연 학연등 인연을 중시하는 소위 아시아적 가치의 소산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이러한 인연의 존중은 덕이 아니다. 끊어버려야 할 악덕인 것이다. 왜냐하면바로 이러한 인사청탁이 바로 관치금융과 부실금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낙후의가장 큰 요인이 되는 것이다.

사실 금융계는 다른 부서보다 정치권이나 행정부등 소위 권력층의 압력이나 청탁이 유난히도 많았던 곳이다.

왜냐하면 금융기관 자체가 정부의 출자에 의해 유지되거나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권력의 입김이 가장 잘 먹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개혁의 시기에도 이러한 인사청탁이라는 낡은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금융개혁과 정상화를 위해 쏟아붓기로 계획된 자금만도 자그만치 80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자금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인사부문에서도 개혁이 미완성이라면 국민은 언제까지 금융을 위한 부담에 시달려야 하는 것인가.

이렇게 된데에는 여권이나 정부의 책임도 크다. 왜냐하면 행장의 선출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타율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누가 권력층에서 거명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거의 그대로 통과되는 것을 보고행원들이나 국민은 인사에 관한한 전혀 개혁의 의지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일반 인사에서 이같은 청탁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행장의 인사 자율선언은 신선한 충격일 수 있다. 관치금융 배격의 첫 조치인 동시에 자율경영의 기본이자 시발이기 때문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금융자율도 하나씩하나씩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낙후된 아시아의 금융 그 중에서도 낙후된 우리금융의 현주소를 이제는 과감히 벗어나지 않으면세계적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금융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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