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인한 실지회복 전기

입력 1999-01-26 00:00:00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영국의 피치 IBCA에 이어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25일(현지시간)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에서 투자적격 등급으로 상향조정함으로써 한국의 국가신용이 중요한 분수령을 넘어서게 됐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지난 97년 12월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의 무더기 강등조치로 투자부적격으로추락한지 1년여만에 당시와는 반대로 연이어 상향조정되면서 다시 투자적격 등급에 올라섬으로써외환위기로 인한 실지회복의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S&P와 함께 미국의 양대 신용평가 기관을 구성하고 있는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가 아직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으로 유지하고 있기는 하나 '긍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놓고 있기때문에 조만간 피치 IBCA 및 S&P의 조치를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P는 피치 IBCA와 마찬가지로 추후 조치를 예고하는 신용전망을 '긍정적'으로 올려놓으면서앞으로 구조조정 작업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추가적인 신용등급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S&P는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적 성격이 강한 저중위 등급의 'BB+'에서 투기 성향이 약간 있기는하지만 투자가 가능한 중위등급인 'BBB-'로 한 단계 상향조정하면서이번 조치가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 및 금융부문의 구조조정 성과와 대외적인 입지회복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이나 인플레를 촉발하지 않고 금리가 꾸준히 인하되는 것과 함께 외국투자에 문호를 개방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의 주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주효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일반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정부에 광범한 지지를 보냄으로써 한국정부의 대외적인 입지가 강화된 것도 신용등급을 높이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S&P는 밝혔다.

또 'BBB-' 등급을 갖고있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국민소득과 보건, 교육 등의 인간개발지수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해있고 고부가가치를 가진 다양한 수출품을 갖고 있다는 점도 상향조정 조치에 감안된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대외차입 요건 완화 등으로 수출대비 대외부채비율이 작년의 38%에서 23%로 줄어들고 단기외채 비율도 98년말 현재 78%로 삭감되는 등 금융측면의 대외적인 입지 강화도 크게 고려됐다.

S&P는 그러나 아직도 금융 불안과 부실재벌의 도산 등 국가 신용등급을 압박하는 요인이 남아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구조조정 노력이 늦춰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S&P는 지금까지 은행 부실채권 매입 등에 41조원을 쓴 한국 정부가 은행정상화에 투입해야 할비용이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히고 민간기업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170%에 달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진다해도 금융부문이 국가에 여전히 부담으로 남게될것이라고 지적했다.

S&P는 또 한국의 중급 재벌 중 여러 곳이 은행측에 부채탕감이나 채무상환 연장등을 요구하고일부는 파산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재벌들의 어려움이 새로운 위기로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정부가 "개혁을 심화하기 위해서는 여야간의 현재와 같은 순조로운 협력관계가 반목과 정치적 내분으로 일탈하지 말아야 하며노사관계가 건설적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대치상황이나△아시아 국가의 통화 평가절하 △5대재벌 중 일부의 붕괴 등 돌발적인 상황이 생기면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늦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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