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양성.전시장등 중복투자 우려

입력 1999-01-23 14:28:00

밀라노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대구가 세계 최고의 섬유 인프라 시설을 갖춘 도시가 돼있을까.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섬유 연구시설 및 전시장.섬유정보 인프라.섬유관련 대학 및 인력 양성기관이즐비하게 들어설 예정이다. 섬유 인프라가 많아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양보다 질이다. 아무리많은 인프라가 있다해도 효율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더욱이 우리는 IMF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나라다. 밀라노 프로젝트 예산은 정부가 적자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고 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할 돈이다. 그런데도 각 사업주체들은 저마다 경쟁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각 사업들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투자조정없이 진행되는 탓이다. 때문에 과잉 중복투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복투자 가능성이 가장 많은 것은 인력양성 부문. 대구시는 섬유개발연구원 부설 섬유기술대학을 섬유기능대학에 흡수시켜 확대개편하는 것으로 산자부 및 노동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섬유기술대학은 올해도 학생모집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섬유기능대학은 섬유기술대학을 흡수할 계획이면서도 연구장비와 교수인력은 받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섬유기능대학의 김용소학장은 이와 관련 "대구시로부터 협의요청을 받지못했다"면서 "섬유기능대학도 인력과잉 상태여서 산학겸임교수 발령 숫자를 줄여야할 형편 "이라고 밝혔다. 김진부 교무과장도 "낡은 장비뿐이어서 섬유기술대학의 시설은 사용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섬유기술대학은 지난해 10억원어치의 실험 설비를 도입했고 올해도 같은 규모의 예산을배정해두고 있다. 섬유기능대학의 주장대로라면 섬유기술대학이 쓸모없는 고물장비만 도입한 셈이다.

섬유기능대학의 확대개편에도 불구, 대구시는 패션디자인 연구센터 부설로 밀라노의 패션학교 세꼴리.마란고니 대구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경북도 역시 섬유인력 양성계획에 가세하고 있다.

현재의 대학 섬유관련 학과에서는 원사.제직.염색가공 분야의 고급기술 인력을 배출하기 어려우므로 경북테크노파크에 '하이테크-섬유기술인 양성센터' 설치를 산자부에 요청한 것.인력 양성과 관련 중복투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역 섬유업계의 인력수요를 감안한 계획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질의 인력을 양성, 배출하더라도 지역 섬유업계가 수용하지 못하면 다른 지역으로 뺏길 수밖에 없다.

섬유개발연구원과 염색기술연구소도 장비와 연구인력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적지않다. 섬유개발연구원은 제직분야에 치중하면서도 염색분야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염색기술연구소와 업무협조가 매끄럽지 못하자, 자체 염색연구 인력을 갖춘 것. 섬유기능대학도 46억여원을 들여 오는2000년 2월까지 부설 연구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연구소 설립목적은 중소기업 기술지원과 교수능력 개발을 통한 우수 기술인력 양성. 섬유개발연구원과 염색기술연구소의 목표와 별다를 게 없다.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연구소와 연구시설을 통합한 섬유연구 종합단지(Complex)를 세워 첨단 제품 개발과 인력양성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시장도 중복투자되고 있는 부문이다. 대구시는 대구종합유통단지내에 패션.디자인 개발지원센터와 섬유종합전시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전시장 및 다목적 이벤트홀을 설치, 패션쇼등을 열 계획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같은 유통단지안에 패션쇼장을 두 곳에나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섬유개발연구원 사업인 섬유정보 지원센터와 패션.디자인개발 지원센터가 추진중인 패션정보실 사업도 통합해야한다는 것이 업계 및 학계의 중론이다. 사업목적이 업계의 상품기획력향상에 필요한 정보의 수집.분석.보급으로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잉 중복투자는 밀라노 프로젝트 17개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된 탓이다. 전체 사업을 통괄조정할 추진위를 하루빨리 구성, 각 사업을 재검증하고 조정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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