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빠지는 청와대

입력 1999-01-19 14:49:00

17일 박지원(朴智元)청와대대변인이 '고위관계자'라는 익명을 요청하며 내각제개헌시기 연기론을공식적으로 펼친데 이어 18일에는 이강래(李康來)정무수석은 물론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도 이를실명으로 재확인, 청와대측은 정공법을 택했다.

청와대측의 주장은 내각제개헌 약속은 지키겠지만 올해말 내각제개헌은 어렵고 이 문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 두 사람의 대화로써 풀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압축된다.18일 기자들과 만난 김실장은 박대변인의 발언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돌출발언이 아니라는 점을명확히 했다.

그는 "이미 16일 모시사잡지와의 회견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으며 내각제개헌 연기론은 청와대수석비서관들의 집약된 의견"이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고위인사들의 동시다발적 발언은 김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있음을 확실하게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실장도 내각제개헌 연기론의 배경을 IMF사태라는 상황변화와 정국불안으로 인한 국가위기 재발가능성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실장은 "지금은 순수내각제니 이원집정부제등에 대해서는 손도 얹어놓지 않은 상태"라면서 "두 분이 잘 협의할 것"이라고 앞으로 사태를 낙관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인사들이 내각제개헌 연기론을 계속 주장하지는 않을 것 같다. 김실장도 18일 "청와대측의 입장을 한번 정리해서 드러낼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며 더이상 거론하지 않을뜻을 내비쳤고 박대변인도 19일 "더 이상 내각제개헌 연기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게 두분을 잘 모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올해말 내각제개헌 약속이 지켜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일단 발을 빼는 양상이다.

김대통령은 본인의 직접언급 대신 청와대 고위인사들의 입을 빌려 내각제개헌 연기의 속내를 전달했지만 과연 김총리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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