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개혁인사 주시한다

입력 1999-01-12 00:00:00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온 호남출신 경찰청장이 전격 경질된데 대해 의아스러운 점도 있으나, 차제에 경찰개혁의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본다. 행자부장관.청와대대변인등이 밝힌 이번 경찰청장경질의 이유는 전임청장의 개혁의지가 미흡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정기인사를 앞두고 여전히 돈보따리 사들고 줄을 대거나 정치권등 인맥을 찾아 로비활동을 벌이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 호남출신 청장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지역색.인맥등이 다시 활개치는 현상이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란 말을 문민정부때도 숱하게 들었다. 이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인사가 이뤄지는 예를 보지 못했다.

학연.지연.혈연에다 금품을 앞세운 로비가 판을 쳐왔다고 국민들은 규정한지 오래다. 군(軍)인사는물론 일반 공직자인사, 심지어 대학인사에 이르기까지 연줄과 금전이 위력을 발휘해왔다는 것이일반적 인식이 돼버렸다. 능력위주의 인사라는 용어는 늘 장식물에 불과했던 것이다.이번 경찰청장의 전격경질로 새로운 경찰기풍을 진작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고자 한다. 능력있는인재의 발탁과 비리연루자 퇴출을 강조하고 있는데, 과거를 답습하는 경찰정기인사라는 혹평을듣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사실 대민접촉이 많은 경찰은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날 없다는 속담처럼 각종 비리에 연루돼 지탄을 받는 일이 너무 많았다. 계도(啓導)와 단속을 적절히 구사할 줄 모르고 마치 단속만 잘하면 경찰의 본분을 다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듯한 사례도 많이 보아왔다.

과거정권에선 시국사범 대처에 인력이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민생치안에 눈을 돌려도 될만큼 여유가 있을 것이다.

어디서나 경찰관이 보이면 든든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을 시민들이 갖도록 '민중의 지팡이'로서의본연의 자리를 빨리 되찾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경찰개혁을 한다면서 40년 이전 출생간부 등을 퇴출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IMF이후 모든 기구와 조직이 슬림화되면서 구성원도 젊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퇴출대상이 된 고령자에게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직위나 기회를 줘보지도 않고 나이로만 따져 밀어내기식 인사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들이 조직과 국가에 기여한 공로도 참작해야 할 것이다.

개혁인사가 제대로 빛을 보려면 비리척결의 제도를 확고히 한후 그 제도를 상시화(常時化)하는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비리현장에는 항상 경찰이 있다는 인식을 깨끗이 씻어내는 특단의 노력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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