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안기부 법리공방

입력 1999-01-05 00:00:00

국회 529호실 사건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안기부가 서로 정치사찰과 통상적 정보수집활동임을주장하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입수한 59건의 문서를 검토한 결과 명백한 정치사찰 증거라며 정치개입을 금지한 안기부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기부는 관련법규 규정에 따른 정보수집활동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 공방은 529호실 사건의 본질을 규정짓는 문제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이나 안기부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다.

특히 안기부는 4일 '안기부의 정치정보 수집근거'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에게 국정수행에필요한 현안분석자료를 제공하고 대책을 건의하는 정보정치 활용은 작위(作爲)를 통한 정치현상의 변경을 초래하는 정치공작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안기부는 또 "정치권은 북한의 최우선 공작대상이며 좌익세력의 침투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대공취약성 제거차원에서 관련정보 수집이 필수적"이라고 정치정보 수집활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그러나 한나라당은 안기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안기부가 불법 정치사찰을 은폐하는데서 더 나아가 아예 정당화시키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4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인 활동내용을 파악해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일때는 정치사찰"이라고 못박은 데 이어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홍준표(洪準杓)의원은 "안기부의 국내업무는 보안업무로 한정돼 있다"며 "명백한 정치관여 금지조항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홍의원은또 "한나라당의 529실 진입이 현행법을 위반한 안기부의 정보수집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현행범에대한 증거수집 차원"이라는 주장도 폈다.

한나라당은 또 안기부의 주장처럼 정치정보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전제가 정치적 중립성인데 우리 안기부의 현실은 정권의 전위대로, 그 전제부터 성립되지 않으므로 정치정보 수집은 정치사찰의 초기단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산고검장과 법무장관출신인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도 "현 여당인 국민회의가 요구해 안기부법을 개정할 당시 국내 보안정보 수집범위를 대공, 대정부,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조직 등 5개 분야로 엄격히 제한했다"며 안기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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