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크는 실직자 쉼터

입력 1999-01-04 00:00:00

"가족들과 살을 맞대고 다시 한번 살아봐야죠".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근로자의 집'. 70여평 남짓한 상가 건물 지하에 오갈데 없는 실직자 50여명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러나 요즘 이곳은 '희망'이 넘친다. 모두의 가슴속에 꿈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올 3월 초쯤이면 가족과 흩어져 있는 분들은 작은 살림집을 가질 것 같습니다. 물론 안정된 일자리도 준비중이구요". 근로자의 집을 이끌고 있는 조현자씨(40·여)는 조심스럽지만 힘차게 미래를 밝힌다.

3층짜리 건물을 구입해 1층은 편의점과 음식점등이 들어선 상가로, 2·3층은 살림집으로 꾸민 다는 것. 가정을 기본으로 한 작은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조씨는 "건물 이름도 사랑이 묻어나는 가게란 뜻에서 러빙마트로 지었다"며 "통신 판매를 이용한백화점식 물건 배달 판매도 할 예정이어서 30여명 정도가 매달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적어도 2억5천만원이 필요하다는 '러빙마트' 설립 비용은 조씨가 사비를 털고 후원금등으로 충당할 계획.

물론 꿈을 앞당기기 위해 실직자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살림집에 들여놓을 가구라도 마련키 위해공공근로사업이나 일용 노동자로 앞다퉈 나서고 있다. 지난 12월엔 성서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김치 박람회장 음식 코너에 전직 주방장 출신 3명이 참가해 돈을 모아 설립 기금을 보태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빛이 달라졌어요.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도 많아졌구요". 근로자의 집 관리실장박찬봉씨(46)는 실직자들이 꿈을 가진뒤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중소전자회사 과장으로 있다 실직한뒤 몇달전 이곳에 왔다는 박모씨(42)의 조용한 말투에서 이들의미래를 점쳐볼수 있다.

"어제 고아원에 있는 중1 아들녀석과 3개월만에 통화를 했습니다. 예전에는 전화 걸 용기가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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