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경협, 신중한 진행 필요

입력 1998-11-02 00:00:00

현대그룹 정주영명예회장의 방북성과로 시작된 대북경협사업은 그 규모나 합의정도를 봐서는 분명 남북관계에 있어 하나의 획을 긋는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남북교류를 증대시킬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당측이 주장하듯 햇볕정책의 수확이기도 하다.그러나 그럴수록 경협사업의 진행은 들뜨지 말고 분명한 원칙밑에서 이뤄져야 성공적인 결과를가져올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불가측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정경분리원칙과 상호주의라는 경제논리 그리고 우리경제정책 준수라는 3원칙밑에서 진행되어야한다고 본다.

지난 날 있었던 잠수정침투사건이나 지금도 북한이 고수하고 있는 남한당국배제 원칙등은 분명남북경협에 있어서는 장애물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소망스럽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해도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남북경협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남북경협의 필요성은 민족적인 우의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제가 한단계 도약한 것에 따른 자연스런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혜성 투자와 같은 정치논리는 IMF관리에 빠져있는 우리경제사정을 감안할때 국민들을 납득시킬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선전효과를 노려 서로 먼저 북한에들어가려 우리기업끼리 과당경쟁을 벌인다면 이 또한 모양새도 좋지않을뿐 아니라 필요없는 부정경비의 지출로 국민적 빈축을 살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상호주의와 경제논리는 반드시 지켜져야한다고 본다. 특히 경제활동에서 법과 제도의 관행이 성숙되어 있지 않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경협을 추진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임은 중국의 예에서 경험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경제개혁조치의 하나로 오는 99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00%로 정리하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현대가 북한에 투자를 할 경우 과연 이 정책기준이 지켜질수 있을지 의문이 가지 않을수 없다. 이경우 우리 정책당국으로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부채비율 200%고수는 우리경제를 살리고 개혁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예외가 있을수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대북경협에 따른 우리경제정책의 운용을어떻게 할 것인가와 그에 따른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다시말해우리경제정책의 기본 밑에서 대북경협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그룹이 6년간 지불해야 하는 9억6백만달러가 과연 적정한지 그리고 그 돈이 군사비로 전용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자신을 정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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