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과반수 의석을 점하고도 소수정당인 여당과의 대결에서 완패한 한나라당의 운명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날 투표를 마친 뒤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는 했어도 패배가 막상 현실로 닥치자 한나라당의원들은 심각한 패배의식과 자멸의 위기감을 느끼는 듯했다.
1차투표 직후부터 한나라당의 '우왕좌왕'은 이미 예견되고 있었다. 이탈표가 최소 12표라는사실이 밝혀지자 의총장에서 몇몇 의원들은"난 아니야, 도대체 누구야"라는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극도의 불신감이 팽배한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입증한 것이었다.지도부도 의원직사퇴 결의까지 유도하면서도 뚜렷한 방침도 없이 감정에 치우쳐 우왕좌왕했고 의원들도 덩달아 서로 남의 탓만 하면서 변변한 대책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결국 총재단과 당3역 연석회의를 거쳐서야 패배책임을 지고 당지도부 전원이 사퇴를 결의하고 의원총회에서 비상기구를 만든다는 유일한 대책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지리멸렬은 사실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출구가 없어 지금껏 잠복해 있었지만 대선승리를 위해 이질적 인자를 마구잡이로 끌어들여 놓은 것이 대선패배로 고스란히 폭발요인으로 당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따라서 국회의장 경선패배는 한나라당 구조적 문제점의 한 단면만 선 보인 것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당을 정비하고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구성해도 해결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온갖 이질적 요소가 혼재해 있다. 각 계파는물론 초.재선의원과 중진들 사이에 상대방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마저 심화일로를 걷고 있어'한 식구로 남아있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그리 심한 표현이 아닐 정도다.때문에 당장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문제에서부터 당내 각 계파간의 공방은 예고되고 있고 전당대회 때까지는 당권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가, 그 이후에는 승자와 패자 사이의 갈등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당이 분열의 길을 걸을 공산도 없지 않다. 여기에다 당내 개혁파와보수파와의 노선투쟁 또한 당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거대한 몸집을 그대로 이끌면서 지금처럼 구심점없는 체제로 현상유지할것인가 아니면 일부 이탈세력을 배제한 뒤 재정비에 들어갈 지, 이도저도 아니면 당권경쟁을 계기로 분열의 길을 걸을 지, 기로에 서게 됐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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