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위기 이해하지만 국난고려 대화로 풀어야

입력 1998-05-28 15:41:00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산하 9개 노조 1천여명이 1차 파업에 돌입,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집회를 갖고 대구시청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27일 오후.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의 노래소리와 구호는 우렁찼지만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착잡했다.

상인 박모씨(42.대구시 동구 신천동)는 "아직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그룹 구조조정이 미흡하고 해고위기에 놓인 근로자 처지가 절박한 것은 이해하지만 저렇게 자기들 목소리만 높여선곤란하다"며 "과연 파업 외엔 달리 방도가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초 노동법 개정 반대 투쟁 당시 시민들이 보인 반응과는 사뭇 다른 것. 특히 지역경제의 한 축인 자동차부품산업이 이번 현대와 대우자동차 파업 여파로 최악의 사태에 몰리진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같은 시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민노총 지도부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경찰과의충돌도 극히 자제하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현재 민노총 지도부는 자칫 실익이 없는 파업으로 명분마저 잃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6월 10일 총파업까지 정부와의 대화창구를 열어놓겠다며 한발짝 물러설 여지를 남긴 것도 이때문. 하지만 당장 해고를 눈앞에 둔 현대자동차 등 산하 사업장 노조원들은 지도부의 노사정위 참여 등 대정부 대화와 무관하게 생존권 사수 투쟁을 벌일 분위기다.

민노총 대구지역본부측에 따르면 27일 9개 노조 2천7백여명이 파업에 참가했으며 28일엔 6개 노조 2천2백여명이 참가한다. 이 속에는 대구지역 민노총 파업을 주도해 온 대우기전이나 대동공업은 보이지 않았다. 대구지역에서 6월 총파업을 앞두고 가장 큰 대규모로 열리는30일 총회에는 지역 전사업장 조합원 3천여명 이상이 참가할 전망이다.

민노총 대구지역본부 이정림 의장은 "6월 총파업까지는 가급적 연성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며 "지난해 총파업 당시와는 달리 노동자들이 해고라는 극한 상황에 직면해 있어 투쟁 열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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