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이야기-질소순환

입력 1998-03-17 14:06:00

질소는 핵산(유전물질), 단백질, 아미노산등과 같은 생명체 기본단위들을 만드는데 많이 쓰이는원소중 하나이다. 이 질소의 가장 큰 저장고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이며 대기중 질소가 차지하는 양은 자그마치 78%나 된다. 그런데 대기중에 존재하는 질소는 질소분자(N2)상태여서 고등식물체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고등식물체는 질산염, 암모니아등 질소화합물상태여야질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자연에는 대기중의 질소분자를 암모니아로 전환시킬수 있는 생명체들이 있다. 이른바 질소고정 생물들이다. 이들 중에는 육상이나 물속에서 독립생활을 하는 것(아조토박트, 크렙시엘라, 크로미디움등과 같은 균류와 아나베나, 노스톡등과 같은 남조류)도 있고 지의류, 양치식물,고등식물들과 함께 공생하는 것들도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콩, 녹두, 팥과 같은 농작물이나 토끼풀, 전동싸리, 알팔파, 아카시아나무, 자귀나무등과 같은 콩과식물, 이에 공생하는 리조비움(Rhizobium sp·)이라는 세균이 질소고정 생물의 예이다. 또 보리수나무, 오리나무등과 같은 비콩과식물과 공생하는 프란키아(Frankia sp·)라는 방선균도 공생질소고정균으로서 잘 알려진 예이다.

척박한 토양에서 살아가는 식물의 입장에서는 공생질소고정균의 도움이 여간 큰 게 아니다. 질소가 부족하여 매우 어려운 시기에 어딘가에서 질소고정균이 찾아와 뿌리 어느 부분에 터를 잡고(뿌리혹:nodule) 대기중의 질소분자를 원료로 질소화합물을 만들어 공급해준다. 식물은 당연히 이를 고마와하면서 이들 질소 고정균에게 광합성한 양분(당분)을 기꺼이 제공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 돕는 공생관계는 오랜 진화과정중 두 종이 열악한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생존번식하기 위해 자연스레 형성된 관계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야에 질소고정균과 공생하는 아카시아나무 숲-이런 숲에는 다른 식물이 들어서지 못해 천이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숲 자체가 을씨년스럽다-이 많은 이유도 일제치하시절 일인들이 자기나라의 숲은 그대로 보존한채 우리나라의 울창한 수목을 깡그리 베어 가져가고는 황폐해진 그 자리를 서둘러 메꾸기 위해아카시아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자연에는 이와 같이 대기중의 질소분자를 암모니아로 고정시켜 식물체가 이용하도록 하는 생물이있는 반면 암모니아를 질산염으로 산화시키는 균들도 있고 질산염을 다시 질소분자로 탈질시켜대기중으로 내보내는 탈질균들도 있다. 질소가 대기중에서 생명계로, 생명계에서 다시 대기중으로끊임없이 순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질소고정, 질소탄화, 탈질등에 관여하는 생물들이여전히 인간에 의해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은 채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박 태 규 (영남자연생태보존회·환경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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