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정권소유물 탈피 홀로서기를

입력 1998-03-17 14:25:00

포철의 '주인'이 또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정권교체의 산물이지 내부 변화 요구에 의한 것은 아니다. 17일의 포철주총을 지켜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정경유착이 빚어낸 포철의 인위적 변화는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 지금까지, 특히 최근 5년간 포철은 정치권력에 의한 경영간섭이 어느때보다 강했다. 인사(人事)가 그랬고, 협력 및 하청업체 선정이 그랬다. 자금운용에도 예외없이 정치권의 개입흔적이 나타났다. 인사와 경영에 관련된 온갖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포항시민들에게 포철이 복마전으로 비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총수인선부터 박태준자민련총재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고, 5년여전과 마찬가지로 '전직들'에 대한 멍들이기가 벌써부터 있었다.

첫번째 징조가 조만간 닥쳐올 포철에 대한 강도높은 감사설. 이와관련 포철간부 ㄱ씨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책임경영이 가능한 일이냐"며 "정치권이 맘대로 흔들어놓고 또다시 감사한다고 설치고…"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박전회장이 '쫓겨난' 지난 93년 포철은 감사받는데 반년을 허비했다. 1백명 이상이 투입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뒤이어 감사원이 들이닥쳤다. 전현직을 망라하고 만신창이가 됐다. '돈'에 관계했던 사람들은 직위를 막론하고 죄인취급을 받았다. 공적은 없어지고 실정(失政)만 남았다. 신임 유상부(劉常夫)회장도 당시 '죄인(뇌물수수혐의)'으로 몰린 대표적 케이스다.

포철은 감사원과 국세청, 국회의 국정감사까지 받는다. 또 투자, 자금지출등 '큰 건'은 사전에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하다. 제대로만 되면 한치 한푼의 의혹이 생길수 없는 구조다. 또다른 간부 ㅇ씨의 증언. 그는 "국정감사는 일부 국회의원 및 주변인사들의 개인민원 해결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요구자료와 질의내용의 상당수가 '잿밥'을 염두에 둔것이었다는 것이다. 포철의 대응또한'알아서 기는' 방식이었다. "웬만한 것은 들어주고, 어려운 것은 접대비(?)로 해결했다는 것은 이미 사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는게 또다른 관계자의 실토.

이같은 정치권 인사들의 부패한 생각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비슷하게 전염(?)됐다.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는 ㄱ씨는 "지원금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면 시도의원 또는 정치권에 줄을 대면 웬만큼은얻어낼수 있다는게 대다수 시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낙하산인사도 포철부조리의 대표적 사례. 계열사 간부 ㅇ씨는 정치권에서 입성한 계열사 임원 모씨의 전횡을 이렇게 표현했다. "회사를 살리려고 들어온건지 죽이려고 온건지 도대체 이해할수없었다". 이 계열사는 지난 93년 당시 이미 수주해놓은 업무는 물론 현장장비까지 보이지 않는손의 작용으로 외부업체에 넘겨줬고 대금을 받기까지 6개월이나 걸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내달 1일은 포철창립 30주년. 그러나 올 주총에서도 나타났듯이 성년포철의 홀로서기는 여전히과제로 남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포철인사에 정치색을 배제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는점이다. "사기업에는 시장경제 원리에 의한 경영을 요구하면서도 공기업은 정권소유물로 보는 시각은 이제 청산돼야 한다"는 것이 지역민과 포철직원들의 요구다. 마땅히 신임 경영진은 인사권독립과 책임경영의 토대마련을 위한 '홀로서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뒤 포철은 또다시 정치태풍에 휘말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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