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5일장 화려한 부활

입력 1998-03-07 00:00:00

시골장터가 아니다. 매일 열리는 상설시장도 아니다. 도심에서 옛 정취를 그대로 이어가는 5일장.

대구시 동구 불로동 5백여m 구간에 있는 불로시장. 3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도시화물결에 밀려 한때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IMF 파고가 우리네 장터를 살렸다. 지난 5일은 불로시장 장날. 조금이라도 싼가격에 반찬거리를 사러나온 주부들이 크게 늘었다. 봄나물을 '함지'에 담아 나온 아낙네들도 장이 붐비자 덩달아 기분이 고조된다. 1천원이면 봄내음 물씬 나는 쑥국을 끓일 수 있는쑥을 수북히 담아준다. 냉이, 달래 등 팔공산 자락에서 캔 봄나물들이 눈에 띈다. 박종순할머니(67.동구 평강동)는 "사흘동안 뜯은 쑥을 모두 팔면 1만2천원 정도를 번다"며 "소일거리로 하는 일이지만 결코 적지 않은 돈"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잃은뒤 장터에 나와 새출발을 한 사람도 늘었다. 40대 남자가 끄는 손수레에는 실직에 대한 아픔과 생계를 이으려는 몸부림이 있었다. '업종'도 단순하다. 기술과 경험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장사라곤 채소와 생선이 전부. 장터마다 이런 사람이 많은 것도 IMF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4일 하양장터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상인들도 갑자기 늘어난 동업자들을 보고 놀랐다. 옷가게를 하는 김철우씨(55)는 "두어달 전보다 노점상, 손수레 장사를 하는 사람이 30~40%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5.10일에는 경산과 현풍, 4.9일에는 하양, 2.7일엔 성주에 장이 서고 대구 시내에는 불로장,칠곡장 등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요일별 장이 선다. 월요일에 열리던 성서지역 요일장은 와룡시장 개장으로 문을 내렸다. 화요일엔 수성구 고산초등학교 주변에서 장터를 만날 수 있다. 칠곡 IC 주변(수요일), 시지 한라아파트 앞 쪽(목요일), 북구 구암시장 주변(금요일) 등이 알려진 도심 정기 장터다.

하루를 이어가기 힘든 수많은 사람들이 '함지'와 손수레에 '생명줄'을 싣고 나서는 서민들.IMF주름이 짙을수록 이곳은 더 치열한 삶의 현장이 될 것같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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