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았던 IMF협상 오해도 많았다

입력 1997-12-18 00:00:00

최근 IMF사태가 진행되면서 韓美양국간에 서로의 입장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오해는 한국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증폭돼 한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던 커다란 원인을 제공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정부가 단기외채 규모를 IMF협상 초기에 약5백50억달러라고 밝혔으나 추후 약4백50억달러의 외채가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미국은 한국정부가 통계를 속인 것으로 여겼다. 우선 이것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오해라는 지적이다.

국제규정에 따르면 외채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의 채무관계로 정의된다. IMF의 외채통계기준에도 그렇게 정해져있다. 추후 드러난 4백50억달러의 외채는 한국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차입한 금액으로 이는 '비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의 채무이기 때문에 당초 외채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것.

그러나 이 차입금도 현실적으로 한국이 갚아야 할 채무라는 점에서 추후단기외채규모에 추가됐다. 따라서 협상 초기에 이 외채규모를 속일 의도는 없었으며 사태가진행되면서 추가로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떠올랐었다는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오해는 아직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미국현지 언론들은 17일(현지시간) 현재까지도 이 점을 들어 한국정부를 믿을 수 없는 정부라고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오해도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IMF합의문에 담겨있는 엄격한 이행조건이 미국의 거대한 음모에서 나온 것이라고보는 것이 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한미간 통상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통상전문변호사 김모씨는 "협상 초기부터 한국이 IMF합의 과정에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있다며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그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IMF이행조건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국제경쟁체제로 이행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또한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50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것은 현재 클린턴행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정'이라는 것. 그러나 한국이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한국관계자는 최근 미 의회가 IMF출자금 증액을 거부하고 미국의 무역수지가 악화일로에 있으며 더욱이 미연방정부가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임을 상기시킨 뒤 "클린턴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하지 않는 재무부 기금을동원해서 5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것은 그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이같은 오해를 없애고 서로간에 공고한 이해를바탕으로 협력을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워싱턴·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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