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는 갓 20세의 젊고 아리따운 한 여자가 전장에 나가는 한 장교와의 사랑이란 예기치 않은운명에 휘말리며 비참하게 망가지는 과정을 그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주인공 비비안 리는 흑백영화화면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며 깔린 '이별의 왈츠' 뒤편으로 결국 사라져 버렸지만 백조같이 눈부시도록 흰 색깔이었던 그녀의 청순한 아름다움은 다시 살아나 관객들을 아프게 했다.
지난 1940년 제작된 이 미국영화(감독 머빈 러로이)에서는 당대의 명배우였던 로버트 테일러(로이크로닌 대위 역)와 비비안 리(마이라 레스터역)가 주인공을 맡았다.
왈츠음악이 돋보이는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워털루 브리지'였으나 한국에서는 '애수(哀愁)'로 소개됐다.
1차세계대전 중 전쟁에 나가는 명문가 출신 크로닌 대위와 발레단 무용수인 마이라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전쟁사망자 명단에 크로닌의 이름이 잘못 게재된 신문을 본 뒤 마이라는 실망과 실직의 배고픔으로 매춘부가 되며, 위털루역에서 귀환 군인을 유혹하던 중 다시 돌아온 크로닌과 재회하지만 죄책감으로 자살하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2차대전이 발발하자 또 다시 전쟁터로 가는 길에 영국 런던의 남북을 잇는 템스강 워털루 브리지(다리)를 찾은 크로닌대령이 과거 1차대전 대위계급 때 이다리에서 만난 마이라를 회상하는 장면으로부터 이 영화는 시작된다.
공습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다리에 선 크로닌은 마이라가 준 행운의 마스코트를 꺼내 보면서 평생잊지 못할 것이라고 그녀앞에서 한 다짐을 떠올리는 것이다.
마이라가 전장으로 이동하는 군트럭행렬에 스스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는 마지막 장면도 바로 워털루 다리에서 연출됐다.
원래 워털루 브리지는 1815년 워털루전쟁에서 영국군이 프랑스의 나폴레옹군을 대패시킨 것을 기념해 1817년 만들어졌다.
당시 이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귀족적인 다리'로 불리었으나 구조적 결함에 시달리다 1936년 무너져 버렸으며 이어 1938년 개축됐다.
그러나 이 다리의 안정성이 또 논란이 돼 1945년 콘크리트 구조물 다리로 새로 건립됐다.워털루 전쟁에서 영국의 승리는 여러모로 앵글로 색슨족의 자긍심을 높였다. 이에따라 워털루란이름을 딴 지명 건물명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워털루역, 털루 광장, 워털루 거리 등이 그것.워털루 다리 남쪽 끝단에 있는 워털루 역은 기차와 지하철이 연계되고 있는 런던 교통의 중심지이다.
런던의 오래된 지하철 역사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데 이 워털루역의 도심 연결 지하철선은 1898년 건설됐다.
워털루 지하철 역은 공습경보가 울리자 크로닌과 마이라가 함께 피신해 서로 간단한 소개를 하며다정한 시선을 주고 받은 곳인데 지금 이 역은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워털루역은 크로닌과 마이라가 이별과 재회를 한 장소.
전선에 나가는 크로닌을 배웅하기 위해 발레단의 공연을 포기한채 역으로 나온 마이라는 열차가막 떠나는 순간에 도착, 멀리서 크로닌을 보며 망연자실한다.
이 일로 인해 발레단에서 쫓겨난 마이라는 크로닌의 전사소식으로 삶의 의욕이 꺾인채 매춘부로나서 역에서 군인들을 유혹하다 귀환하는 크로닌을 목격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특히 마이라의 친구 역을 한 같은 발레단 출신 키티(버지니아 필드 분)의 우정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그녀는 마이라가 크로닌을 만나는 것을 못마땅해 하며 방해하는 발레단의 호랑이 마담 올가 키로바(마리아 아우스펜스카야 분)의 횡포에 맞서 대항하다 마이라와 함께 발레단에서 쫓겨난다.이후 키티는 마이라와 함께 가난한 생활을 하며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그녀를 뒷바라지하기위해 매춘부 일에 먼저 자진하여 뛰어들었던 것이다.
결국 친구의 이러한 우정을 알아차린 마이라도 고민끝에 키티와 같은 길을 걷게 된다.워털루역 주변을 비롯 런던 곳곳에는 여전히 전쟁의 상흔을 떠올리게 하는 많은 기념물들이 있다.워털루역 정문 입구 현관 벽에는 좌우로 1차대전 중에 전쟁으로 사망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워털루 다리의 북쪽을 지나면 왼쪽에 멀지 않아 런던 관광의 명소중 하나인 왕립 기병대 건물이나오며 이 뒤쪽 성 제임스공원에는 1, 2차 대전에서 죽은 영국군 용사를 위해 만든 전몰탑이 있다.
워털루 다리 남쪽 왼쪽 왕립페스티벌 홀 옆에는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해 사형선고를 받기도 한넬슨 만델라 남아공대통령의 조각상이 있다.
크로닌은 마이라에게 결혼 준비물을 사기위해 본드가에 가자고 제의하고 이곳에서 마이라는 많은돈을 쓴뒤 기쁨에 젖어 동료들에게 결혼 사실을 알리게 된다.
그러나 마이라는 3일간의 대기 일정이 바뀌어 갑자기 전장터로 출발하는 크로닌으로 인해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게 된다. 모든 행복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본드가는 현재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가이다.
애수는 화면상 두가지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나는 전장으로 떠나기전 크로닌과 마이라가만나 새벽까지 춤은 춘 '캔들라이트(촛불)클럽'이란 낭만적 술집에서 연주자들이 춤이 끝나갈 무렵 차례로 촛불을 끄면서 어두움 속에서 계속 연주된 '이별의 왈츠'이다.
그러나 '이별은 재회에 불과하다'란 노랫말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에 드리워진 두 연인의 종말은 비극으로 끝나 버리고 만 것이다.
또 갑자기 전장에 가지않고 기숙사에 나타난 크로닌을 만나기 위해 뛰쳐나온 마이라가 쏟아지는비속에 우산을 뒤로 든채 크로닌과 입맞춤한 것이 아름다운 장면으로 두고두고 전해진다.이는 촬영기술을 맡은 루턴베르그란 사람 덕분인데 그는 안개 비 눈 등 배경장면 연출에 천재적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李東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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