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국민회의-IMF재협상 설전

입력 1997-12-09 14:56:00

"국제통화기금(IMF)과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김대중(金大中)후보는 큰 실수를 하고있습니다. 대선후보들이 이행각서를 쓴 것은 그만큼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협상이 끝나기도 전에 재협상하겠다고 하는 대선후보가 있는 나라를 어떻게 믿겠습니까" IMF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금융관계자의 걱정이다.

지난 92년 대통령선거 당시 민자당후보로 나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절대로 쌀수입을 개방하지않겠다'는 공약때문에 집권후 큰 곤욕을 치른 것이 불과 얼마전이다. IMF로부터 구제금융를 받고있는 경제 위기상황에서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선 일부후보들의 인기성 발언이 현재의 경제난국수습보다는 위기 조장에 한 몫하고 있어 유감이다.

문제는 그같은 발언이 IMF와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은 믿지못할 나라'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한국정치지도자의 거듭된 말바꾸기와 식언에 대한 불신도 한 몫하고 있다.이에 IMF와 캉드쉬총재는 한국이 IMF와의 이행조건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자금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IMF는 '국제구호기관'이 아니다. 우리가 구제금융을 받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며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저자세로 나설 필요는없지만 경제주권 상실이니 감정적으로 대처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3당의 대선후보들은 IMF와의 협상타결 직전 김대통령에게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이행각서를 보낸바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후보도 "현재로선 IMF와의 협의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생각하며 협의내용을 원칙적으로 이행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런데도 김후보는 "각서를쓰지 않았으며 집권하면 곧바로 재협상에 들어가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고 이를 득표전략으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의 제1차적 요인이 한국의 대외신인도 추락때문이라는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을 감안하면 김대중후보의 발언은 무지의 소산인지 당선만 된다면 다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인지다시 한번 묻고싶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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