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아시아 금융위기의 무풍지대인가'
태국에서 출발한 동남아경제위기가 급속도로 북상, 극동의 한국과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21세기 '아시아의 맹주'자리를 노리는 중국은 과연 이번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가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중국의 경제황제로 일컬어지는 주용기(朱鎔基)부총리는 최근 "중국원(元)화의평가절하는 없다. 국유기업에 대해서는 3년안에 적자를 해소시키겠다"며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하면서 경제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중국경제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주부총리는 지난9월 홍콩에서 열린 세계은행회의에서 중국 국영기업을 사유화하고 해외투자촉진을 위해 관세를 인하하겠다는 자본주의식 정책을 발표, 세계를 놀라게했다. 참석자들은 주부총리를 '중국의 케인즈' 또는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한 마술사 데이빗 카퍼필더에 비유, 그의 마법의 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동전의 한쪽 면. 경제여건은 그렇게 호락하락하지않다. 중국이 지난 5년간 평균10%대의 경제성장을 이룩할수있었던 두 축은 수출과 외국기업의 투자. 그런데 최근 수출은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외국기업의 투자도 올 상반기중 2백30억달러로 작년동기대비 50%나떨어졌다. 기계류 수입은 14% 하락했다. 게다가 재고는 7백10억달러로 작년대비 12.3%나 높아졌다. 이는 삼협댐을 두개나 더 만들수있는 엄청난 규모로 그만큼 생산시설이 과잉됐음을 의미한다.경제성장률도 3/4분기들어 8%로 낮아지기 시작, 두자리수 성장에서 점차 멀어지고있다.그러나 이보다 더큰 문제는 중국의 원화. 현재 다른 외국환과 전혀 자유롭게 교환되지 못하고있어 정확한 구매력을 측정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조차도 원화가 얼마나 과대평가돼 있는지 알지못하고있다. 원화는 표면상으로는 94년 평가절하된이후 4년동안 달러당 8.3원수준에서안정적으로 맴돌고있다. 그러나 이미 홍콩달러가 투자가들에의해 위협을 받고있는만큼 본토의 원화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다만 폐쇄경제가 이를 제도적으로 덮어놓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있을 뿐이다.
이밖에 중국이 직면하고있는 내부적인 고민은 디플레이션. 주부총리가 93년 중국인민은행을 장악한 이후 신용대출을 거의 묶어버렸다. 불필요한 정부기구의 인력도 대폭 감축했다. 통화증발을 억제하는 바람에 물가는 계속 떨어졌으나 실업자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비공식 통계에의하면 북경에서 80만명, 상해에서 약1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주부총리는 혁신적(?)인금융정책 덕분에 내년3월 총리자리를 이어받을것이 확실시 되지만 중국 시민들은 그를 가장 증오하고있다는 사실이 중국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있다. 총대출의 22%가 악성부채라는 사실도여기에 톡톡히 한몫을 하고있다.
그러나 홍콩 메릴 린치의 경제전문가 사디크 커림보이는 최근 '아시안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디플레는 결국 이자율을 낮춰 투자를 촉진시킬 것이므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며 낙관론을 제시, 서양의 분석가들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하다. 아무튼 중국은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주창하고있는 만큼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며 IMF에 손을 벌리는 차기주자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각종 경제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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