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필-다시 채우면 새것

입력 1997-12-03 14:55:00

마치 소비가 미덕인양 흥청망청 써대던 시절은 지나갔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총체적인 경제난국에 휩싸인 지금은 허리띠를 한번 더 졸라매고, 소비의 거품을 빼야할 때이다. 더욱이 내년은고물가, 고실업률, 저성장의 먹구름이 예상되는만큼 작은 것 하나라도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절약정신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높아지면서 같은 용기에 내용물만 새로 채워 재사용하는 리필(refill))제품이 알뜰주부들 사이에절약과 자원재활용의 일석이조 방법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용기제품보다 양은 10~15% 정도 많고 가격은 10~30%정도 싼 리필제품의 경우 실속파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백화점 리필상품코너는 지난해보다 월평균매출이 15~25% 늘었고 최근엔 평소보다 2~3배 판매가많아 세제의 경우 전체세제 매출액중 리필제품이 약 70%를 차지하며, 동아백화점도 올들어 리필제품판매가 작년보다 30%가까이 늘었고 최근엔 평소보다 3~4배 늘어나고 있다. 주부 이정이씨(38, 대구시 수성구 중동 광명프레지던트맨션)는 "가격이 조금이라도 싸고 용기로 인한 쓰레기도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화장품과 주방세 아이들용 샴푸를 리필제품으로 애용한다"면서 "불황기인만큼 사용품목을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시장의 리필제품 점유율은 14%정도이나 합리적 소비가 정착된 선진국의 경우엔 40%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계기로 앞으로 2~3년내 리필제품 사용이 일반화될 것으로 유통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90년대 들어 본격화한 리필제품은 현재 샴푸, 린스, 바디샴푸, 세탁세제, 주방세제, 섬유유연제,화장품, 커피, 전자소품 등에까지 갈수록 품목이 다양화되고 있다.세제류의 경우 LG화학, 태평양화학, 애경유지, 제일제당, 피죤, 동산C&G 등이 전품목의 리필화를 내걸고 현재 60~70% 이상의품목을 확대하는 추세이다.화장품은 태평양화학, 한국화장품, LG화학, 한국폴라 등이 트윈케익,립펜슬, 아이브로펜슬, 아이섀도, 로션, 스킨 등 리필용 색조 및 기초화장품을 업체별로 내놓고 있다. 태평양 아모레의 헤라트윈케익(10g)이 완제품 2만8천원, 리필제품 2만원으로 28%정도 싸고,드봉의 트윈케익도 완제품과 리필제품이 3만원, 2만원, 쥬단학의 피에르가르뎅 아이섀도는 2만8천원, 1만9천원 등으로 품목별로 30%가까이 싸다. 작은 소품만 바꿔주 오랫동안 재사용이 가능한 리필용 전자제품도 적지않다. 필터만 교환하면 되는 전기청소기의 경우 국산필터가 2천5백~3천원, 수입필터는 5천~2만6천원, 전동칫솔기는 헤드부분(4천~1만1천원)을 서너개월단위로 바꿔주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리필제품중엔 용기제품보다 별로 가격이 싸지않아실익이 없는 것도 있다. 쌍용제지의 티슈제품인 울트라후세시아는 장당 가격이 일반제품 23.8원,리필제품 23.7원으로 0.1원, 애경 순샘은 1백g기준 0.2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제일제당 참그린도 1백g기준 1원밖에 싸지 않다. 또한 리필용 화장품은 제품원가중 포장비가 거의 40%를 차지,포장비를 줄이면 현재가격보다 더 싸질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양한 용량의 용기제품에 비해 리필제품의 경우 그렇지 못한데다 양자체가 많아 덜어쓰는데 불편하다는 주부들도 적지않다. 리필제품을 통한 알뜰소비의 정착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격인하효과와 용량의 다양화가 아쉽다는 지적이다.〈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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