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주변의 식물"
문경새재 2관문 근처에서 휴게소를 경영하는 오경희씨(53)는 사람이 몹시 그리운 듯했다. 박정원박사와 함께 담수조류를 조사하러 갔을 때 이 휴게소에 들르자 오씨는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있다조사팀을 맞이했다. 삶을 관조하는 듯한 눈매, 흰 머리가 많은 머리숱에서 쓸쓸함을 풍기는 오씨는 조사팀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물으며 정겹게 대했다. 오씨의 친절함을 잊지 못한 조사팀은 송종석교수(안동대 생물학과)와 함께 식물조사에 나서면서 다시 오씨의 휴게소를 찾았다. 공기좋고 물맑은 것이 참 인상적이라고 하자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문경새재 산중 휴게소는 자체오수정화시설을 갖추어 맑은 수질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문경새재의 물은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로 맑다. 산천 깊은 곳의 물은 맑은 것이 당연하나 오염된 물에 익숙해진 조사팀은 맑은 물을 보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낀다. 깊이가 얕은 곳에서는흙과 모래가 물 속에서 선명하게 반짝이고 깊은 곳은 청록색 빛으로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송교수는 1관문과 2관문에 걸친 계곡 주변 식물을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번 2관문~3관문에 걸친생태조사를 했으니 이번에는 그 아래 지역을 되살펴보는 셈이다.
1관문과 2관문 사이에는 많은 식물들이 있으나 물가식물과 인가식물이 뒤섞여 있다. 물가식물은원래 하천, 개울, 계곡가에 서식하는 식물이고 인가식물은 도시 빈터, 주택가등 사람 주변에 서식하는 식물이다. 인가식물이 계곡가에 사는 것은 씨앗이 사람의 몸에 붙어 옮겨왔기 때문이다.문경새재 입구에는 인가식물이 압도적으로 많다. 부근에 야영장이 설치돼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많은 탓이다. 한삼덩굴, 왕고들빼기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망초, 개망초, 바랭이도 주변에 자라고있다 이 식물들은 하천주변 토양 성분중 질소가 많음을 나타내는 표시이기도 하다. 하천가에서사람들이 소변을 많이 눈것이 주 원인일 가능성이 많다.
한삼덩굴은 전국의 길가나 도랑, 빈터등 어디서나 흔하게 자라는 1년초. 줄기에는 잎자루와 더불어 밑으로 향한 가시가 있으며 잎은 길이 5~17cm이다. 수꽃은 꽃받침 조각과 수술이 각각 5개이며 암꽃은 10개 내외가 포엽에 싸여 있다.
바랭이 역시 길가나 밭에서 흔히 자라는 1년초. 줄기 밑부분은 땅을 기며 마디에서 뿌리가 난다.곧게 선 줄기 상부는 30~70cm 가량 되고 잎은 길이 8~20cm, 폭 5~15mm이다.
이 가운데 물가식물인 달뿌리풀, 물억새, 물봉선이 간간이 보인다. 달뿌리풀은 갈대와 생김새가비슷하나 전체적으로 갈대보다 작고 산지 골짜기의 물가에서 주로 자란다. 뿌리줄기는 땅위에 뻗쳐 있으며 마디부분에 희고 긴 털이 촘촘히 나 갈대와 쉽게 구별된다.
물억새는 강가나 못의 얕은 물속, 또는 습지에서 무리지어 사는 다년초. 줄기 높이는 2m가량 되고 잎은 폭이 3cm정도 된다. 줄기 상단의 길이 3cm가량인 꽃 줄기에 다수의 가지가 조밀하게 갈라지며 잔가지 길이의 3~4배인 털은 부드럽고 백색이다. 억새는 잎의 폭이 2cm이하로 물억새와구별된다.
물봉선은 산골짜기의 물가나 습지에서 사는 1년생 풀. 줄기는 높이 40~60cm이며 부드럽고 즙이많다. 잎은 줄기와 더불어 털이 없고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분홍색 꽃이 핀다.새재 입구를 지나 1관문과 2관문 주변 계곡에 이르면 극성스럽게 서식하는 인가식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다. 그러나 명아주,쇠뜨기등 인가식물이 여전히 눈에 보인다. 명아주는 1년생 풀로 줄기가 1.5~2m에 이른다. 어린 잎은 자홍색이나 생장하면 짙은 녹색으로 변한다. 어린 잎이 적색으로 물들지 않는 것은 흰명아주이다.
쇠뜨기는 강가의 볕이 잘 드는 양지나 풀밭, 철도주변, 응달진 습지등 가리지 않고 자라는 다년초이다. 땅위로 올라온 뿌리는 영양경과 포자경으로 구별되는데 속칭 뱀밥이라고도 하는 포자경은높이 10~30㎝로 연한 갈색이며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마디마다 6~12개의 톱니같이 갈라진 잎이둘러나서 줄기를 싼다. 영양경은 포자경이 시든 다음에 돋아나며 높이 30~40㎝로 곧게 서고 짙은녹색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좀깨잎나무,도깨비바늘, 큰달맞이꽃, 사위질빵, 눈갯버들, 마대풀, 산괴불주머니,박주가리, 비름, 고마리, 소리쟁이, 미꾸리낚시, 누리장나무, 들메나무, 산철쭉(수달래)등 다양한 식물이 나타난다. 이중 고마리, 미꾸리낚시, 산철쭉은 물가식물이다.
고마리는 1년초로 잎 밑부분이 좌.우로 튀어나온 화살촉 모양을 하고 있고 잎자루와 뒷면 맥위에잔가시가 있다. 꽃 색깔이 분홍색, 흰색, 가장자리만 분홍색을 띠는 등 변화가 많다.박주가리는 강둑, 길가, 도시주변 빈터등에서 자라는 덩굴성 다년초.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이 분비되고 3m 길이의 줄기가 얽히거나 물체에 감긴다.
물가 배후 관목에는 버드나무, 느티나무, 물푸레나무등이 있으나 이 곳에는 아카시아나 굴피나무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간간이 갯버들이 눈에 띈다.
송교수는 계곡 위로 올라갈수록 물가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인가식물이 우세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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