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7-09-29 15:12:00

95년 4월28일은 대구 시민이면 누구라도 잊지 않아야 할 날이다. 평화로운 출근길의 시민들과 통학길의 학생들이 아닌 밤중의 날벼락같은 지하철공사장의 가스폭발로 무려 2백40여명이 죽거나다친 상인동 참사의 날이기 때문이다. 시공업체 안정불감증이 한 학교전체를 통곡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졸지에 남편과 자식을 잃은 엄청난 불행을 가져온 날이기도 한 것이다. ▲그때 폭발참사를 빚었던 그 지하철 1호선이 아직 개통도 되지 않은 시점에 또 같은 1호선 연장구간공사장에서 그때와 흡사한 가스관파열사고가 나 인근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는 것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다. 다행히 인명피해없이 폭발사고는 막았다고 하나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28일 오전의 사고 역시 공사장에서 안전수칙과 지하매설물에 대한 철저한 점검없이 천공작업을 하다 가스관이 파열되면서 일어난 것이다. ▲지난 1월부터 이 공사를 해왔던 화성산업이 25일엔 대구도시가스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벌여 가스관 통과지점에 못을 박아 표시까지 해두고도 이처럼 가스관을 파열시켰다고 한다. 아직 가스관파열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화성은 안전수칙상 도시가스직원 입회하에 공사토록 한 규정도 지키지 않았고, 신설된 가스관이 표시되지 않은도면을 가지고 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색이 인구2백50만의 거대도시인 대구가 이렇게 대형참사에 무방비상태로 놓였다는 것은 수치스럽고 끔찍하다.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이번도시가스관파열의 원인은 철저히 가려야한다. 상인동 참사가 원인이 정확히 가려지지 않은채 그에 따른 책임과 처벌이 흐리멍텅하게 진행된 것이 또 이같은 안전사고의 배경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대구시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