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과학고생들의 '보통학교론'

입력 1997-08-05 14:16:00

"우리도 평범한 신세대 청소년"

"우리는 별천지에 사는 공부벌레가 아니에요"

일단 튀는 것이 목표인 신세대들. 하지만 대구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은 유달리 자신들의 '평범함'을강조한다.

'과학영재''과학한국을 이끌 꿈나무'. 늘 이들을 따라다니는 거창한 수식어가 부담스러워서일까."입학하기전엔 저도 과학고에 다니는 애들은 공부만 하는 별종들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수업방식과 설립목적이 조금 다른 것 빼고는 여기도 똑같은 학교더라구요"

1학년 대석이가 말하는 보통학교론이다.

과학고에도 땡땡이는 있다.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는 자율학습시간. 3~4명씩으로 편성된 탈출조가어두운 밤을 틈타 학교담을 넘는다.

그때만은 공부부담을 떨쳐버리고 군것질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목적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사치도 누려본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생활을 해야하는데다 잠시라도 교문을 나서려면 외출증을 끊어야 하는 엄격한생활이 이들의 땡땡이를 더욱 짜릿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섹시 가이(Sexy Guy)'라고 소개한 1학년 대석이는 머리를 마음대로 기를 수 있는 것과 '극소수'의 괜찮은 여학생들때문에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자랑한다.

성적고민은 과학고 학생들도 비켜갈수 없다. 어쩌면 중학교때 전교 1~2등만 해오던 학생들이 느끼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일반고 학생들의 그것이상일지도 모른다.

"과학고에도 꼴찌는 있어요. 이제껏 1등만 해오던 학생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죠. 다들 열심히 공부하니까 시험치는날 몸 상태가 약간만 안좋아도 성적이 팍팍 떨어집니다. 그 심정을 누가 알겠어요"

한 학생의 하소연에서도 과학고 학생들의 말못할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는 몰라도 성적에 대한 문제는 쉽사리 친구와 의논하기도 힘들다는게 이들의 말이다.

장래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않다. 서클활동을 통해 취미생활도 하고 매년 2월 '솔개한마당'이라는교내 축제를 통해 10대의 욕구를 분출시키기도 하지만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쌓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비교내신제 폐지문제로 학생들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다학교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벌써 학교를 자퇴한 학생만 7명에 이른다.

"영재는 영재로 키워야 합니다. 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없이 공부할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할 일입니다" 최춘택 교장의 말이다.

〈崔昌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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