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與) 비주류 병역문제 남의 일

입력 1997-08-05 00:00:00

온 나라가 이회창신한국당대표 두 아들의 체중미달에 의한 병역면제 문제로 시끌벅적한 가운데신한국당의 한쪽에서는 이 문제를 '남의 집 불구경'하는 듯한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21일 전당대회에서 낙선주자 진영에 섰던 이른바 '비주류'가 바로 그들이다.

현재 신한국당내에서 이대표와 주요 측근들을 제외하고는 이대표측과 야당의 싸움을 그야말로 '객관적으로' 관전하고 있다. 이들은 이대표가 야당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누가이길까', '이대표가 이번 공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식의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구경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이대표측과 많은 앙금을 남긴 채 경선을 치른 낙선주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그러하다. 같이걱정하기보다 오히려 정치적 파장을 전망하고 이해를 따지고 자신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결정짓기 위해 다양하게 안테나를 가동시키고 있다. 다들 병역시비로 꼴이 말이 아닌 당에 대한 걱정은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가장 활발한 사람이 이인제경기지사와 박찬종고문이다. 4일 여름휴가를 끝낸 이지사는 "지금은정치권이 어수선하니 좀더 두고 보자"고 말했다. 연말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이지사측은 이대표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명되기 어려운 문제라고판단하고 있다. 정치적인 파장도 좀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때문에 '만일의 경우'에 대비, 경선사무실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경선막판 중도하차 이후 칩거에 들어간 박찬종고문도 아직까지 경선사무실을 폐쇄하지 않은 채관망하고 있다. 박고문은 경선포기 이전에도 금전문제와 아들문제를 들어 이대표의 본선승리 가능성이 낮음을 지적했다. 후보 중도사퇴의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한 적도 있었다. 박고문은 또 최근 측근들에게 "병역문제는 쉽게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이한동고문측도 직접적인 언급은 않지만 "병역문제가 연말까지 시한폭탄의 성격을 지닐 것"이라며 "여론의 추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독자계보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고문은 경선직후 김종필자민련총재를 만났고 5일 경기도 여주 농민대회에 참석, 김대중국민회의총재와도 만났다.

한편 경선과정에서 주력부대가 이수성고문이나 이인제지사 등 반이회창쪽에 섰던 민주계 역시 이대표체제에 합류하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 겉돌고 있다. 민주계라는 지칭 자체가 무의미하다고할 정도고 그렇다고 해도 민주계로 분류되던 인사들이 이대표체제에 선뜻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자연히 이들은 병역문제에도 국외자일 뿐이다. 그리고 뭔가 새로운 일이벌어지지 않을까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대표측이 병역문제로 다른데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이들 소외세력을 다독거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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