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공후

입력 1997-07-25 15:11:00

지난 22일 국립광주박물관은 신창동 일대 유적지 발굴 조사과정에서 2천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목제악기 등을 대량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반파된 채 발굴된 이 악기는 하프시코드같은 다현금(多絃琴)이라 알려지고 있다.

문헌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는 공후다. 공후는 저 유명한 고조선의 노래인 공무도하가 에서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가 연주하였던 악기다. 뱃사공 곽리자고가 아침 일찍 일어나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가 하얗게 센 미치광이 한 사람이 술병을 쥐고는 어지러이 흐르는 강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 뒤를 그의 아내가 따르며 말렸으나 그 미치광이는 끝내 물에 빠져죽고 말았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뜯으며 공무도하가 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아주 슬펐다고 한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 역시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는다. 이렇듯 우리나라 최초의 노래는 공후와 더불어 생겨나고 있음을 본다.

공후는 고대 이집트나 희랍, 혹은 고대 서역지방에서도 널리 퍼져 있던 것으로 보이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달했던 악기였다. 고구려와 백제에는 세워서 타는 수공후 , 뉘어서 타는 와공후 ,악기의 머리를 봉으로 장식한 봉수공후 등이 있었다. 특히 봉수공후는 일본으로 건너가 백제금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광주에서 발굴된 기원전의 악기도 이 공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악기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선민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하기를 좋아했다는 옛 기록은 다양하게 보이지만 이처럼 실제의 악기가 처음 발굴되고 보니 음악을 사랑한 우리의 선조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몇년전에 있었던 남북송년음악회 에서 북한측에서 들고 나온 옥류금(玉流琴)이 고조선의 공후를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단일민족임을 보여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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