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대의원 심판으로 유종의 미를

입력 1997-07-19 14:50:00

신한국당의 합동연설회가 서울지역 유세를 마지막으로 모두 끝나고 21일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 지명을 한다. 집권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여당총재인 대통령의 내부 '교통정리'없이 치러지는 후보들의 자유경선은 민주주의를 한단계 높인다는 측면에서 국민적 기대를 모을만 했었다. 신한국당도 이 점을 의식 "이번 경선은 우리 정치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중대사건"이라 주장했다.그러나 이처럼 자타가 공인할만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의 '자유경선'은 처음부터 불공정성 시비로 시작되더니 끝내는 후보간의 갈등속에 괴문서사건, 금품살포설, 세(勢)몰아 줄서기등과거의 구태의연한 선거 행태를 오히려 능가하는듯한 혼탁 양상을 빚어냈다. 자유경선의 멋과 여유를 모처럼 기대했던 국민들은 같은 당내(黨內) 경쟁이라고 보기 어려울 갖가지 저질 선거운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허탈해했다. 이번 신한국당 경선은 그 내면을 살펴보면 석연찮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보일듯 말듯한 김심(金心)의 향배다. 아무리 자유경선을 보장했더라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정말 영향력을 조금도 행사하지 않았고 내심 점 찍은 후보조차 없었을까.그리고 김대통령의 직계그룹인 정발협(政發協)이 그토록 맥없이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일까.게다가 박찬종(朴燦鍾)후보가 돌연 후보사퇴 가능성을 시사하고 정치운명을 걸고 겨냥했던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자청하는 듯한 행동의 이면은 무엇인지-소시민의 머리로는납득키 어려운 측면이 한두가지가 아닌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처럼 수수께끼가 많은만큼이나 이번 경선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수 있다.

후보들은 정책대결을 벌이고 21세기 국가 진운(進運)을 논하기보다 상대방 비방과 자신을 변호하기에 바빴고 저급한 지역개발 공약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대선 후보감으로서 과히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대구와 광주에서 '박정희(朴正熙)예찬론'과 '민주 성지론'을 입에 침도 마르지 않은채 잇달아 해대는 자세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조차 의심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여당의 자유경선이 이런 형태로나마 시작된데서 그 의의를 찾고자 한다. 첫술에 배가 안부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라도 계속하다보면 민주 정치가 활짝 꽃필때가 있기 때문이다.기왕의 혼탁한 선거열기를 가라앉히고 평화롭게 후보를 선출, 그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자유경선의 멋을 국민앞에 과시하기 바란다. 뒤늦게나마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선출과정이 더욱 중요한 것임을 마지막 순간인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엄정한 심판으로 입증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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