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편집증 환자들" 어느 사회에서나 독재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최고의 부와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악당들은과학영화에서도 단골 손님이다.
많은 영화속에서 그들은 탁월한 과학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외곬기질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마침내 그 복수심으로 과학기술을 이용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드러낸다. "이 기계만 완성되면 세계는 내것이다"고 떠벌리는 이 악당들은 기술의 쟁취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기술제국주의'적 편집증 환자들이다.
'배트맨 포에버'에서 짐 케리가 연기하는 악당 니그마는 배트맨의 다른 얼굴인 브루스 웨인이 경영하는 웨인 엔터프라이즈에 고용된 과학자다. 그는 텔레비전 주파를 뇌파와 연결시켜 시청자가텔레비전 주인공이 되는 홀로그램 장치를 개발하자고 브루스 웨인에게 동업을 제안한다.인간의 뇌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니그마의 제안에 대해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웨인이 거절하자 니그마는 독기를 품고 뇌파기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한다. 그리고 그의 복수심은 곧바로 무서운 집착증세로 돌변한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은 직속 상사를 고층빌딩에서 죽이고 한때 자신이 우상으로여겼던 브루스 웨인을 복수의 표적으로 삼는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웨인을 향해 "천재를 몰라보다니 후회할 걸"이라고 되뇌는 니그마의 음습한 복수심 속에는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욕 또한담겨져 있다.
자본주의가 한창 부흥하던 19세기 마르크스는 자본을 가진 자의 횡포를 근심하였다. 마르크스는자본이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면서 자본을 가진 자본가는 그렇지 못한 노동자를 착취하여 비인간적인 삶으로 내몬다고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였다. '배트맨 포에버'와 같은 과학영화는 20세기 '자본'이 누려왔던 지배도구의 역할을 '기술'이 물려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가져다 준 생활의 편리 이면에는 바로 기술을 가진자들이 노리는 '일상생활의 독점'에 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배트맨 포에버'는 악당 니그마가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음으로써 기술편집증 환자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준다. 그러나 기술편집증을 과학자 개인의 정서적 문제로 치부할수 있을까. 과학자의 기술편집증은 맹목적으로 기술에만 의존하려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병폐의 하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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