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뜬 위천

입력 1997-05-21 14:48:00

표류, 또 표류…. 위천국가산업단지는 지정될 듯 말 듯 반전과 혼미를 거듭하며 대구지역민들을애태우더니 이젠 '국가공단 지정중단'과 '지방공단 용지확대'라는 정책앞에 또다시 무산위기에 놓였다.

위천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8월22일 이홍구(李洪九) 당시 신한국당대표가 대구지역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하는 날에 맞춰 지정발표하려다 부산지역 정치권의 반대로 좌절된다. 정치적 해결논리가 본격 개입한 장면이다.

이날은 무소속에서 신한국당으로 입당한 대구동구을(위원장 서훈)과 서구갑(위원장 백승홍)지구당개편대회가 열리는 날이었고 이를 계기로 신한국당은 총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난 대구지역의반여정서를 되돌린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워놓았었다. 그 선물이 위천단지지정이었고 부산쪽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보따리가 낙동강 수질개선사업의 확대였다. 이를 위해 당정회의를 열어가며 의견을 조율했다.

그러나 이대표가 대구에서 발표하기전에 이미 언론에 보도되면서 부산지역이 들끓기 시작했다.이날저녁 이대표의 기자회견장에서는 부산지역 민간단체가 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 반대 시위를벌이기도 했다.

주춤한 신한국당은 부산지역 의원들과 몇차례 긴급회의를 열어 반대하자 '선수질개선 후공단지정'이란 타협안을 내놓았다. 정권 모태인 부산지역 정서를 반영하면서도 대구지역 정서를 외면하지않았다는 줄타기였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위천반대명분은 논리적이기보다 부산·경남지역민들의 반발때문이라는 비상식적인 이유였다. 낙동강 페놀사태이후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부산지역민들이 식수에 노이로제가 걸려있다는 주장을 수용, 낙동강수질개선이후에야 위천단지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끊임없이 펴고있다.

이에따라 낙동강 수질개선에 5천억원을 지원하는것도 대구로서는 직접 득이 될 것이 없는데다 하수처리율이 1백%%에 완료단계에 이른 만큼 대구와는 실제 상관없는 문제다.

이후 위천단지 지정을 위한 대구시민들의 대정부투쟁은 범시민적으로 확대됐다. 시의회가 주체가돼 서명운동을 벌이고 궐기대회에는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모두 참여했다. 이런 과정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8월말 위천단지 지정을 반대하는 발언을 해서 지역민들을 분노케했다.위천단지 지정이 대구최대의 현안으로 굳어지면서 야당은 단지지정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가을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다. 그뒤 이수성(李壽成) 당시 총리와 이홍구(李洪九) 당시대표는 11월말,연말 등 경쟁하듯 해결시한까지 못박아가며 낙동강수질개선과 동시에 위천지정을 마무리짓겠다고발표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변수가 생기고 결국은 지금까지 밀린 것이다.

지난해12월 총리실은 관련부처 관계관회의에서 단지규모와 유치업종까지 확정했다. 이에따라 건설교통부는 단지지정절차상 개발계획을 보완해달라고 대구시에 요청했고 대구시는 올2월18일 공단조성계획을 일부 변경, 보완했다. 단지규모를 2백만평으로 축소했고 오·폐수무방류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유치업종과 토지이용계획을 보완했다. 그러나 지정을 앞두고 부산지역민과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앞에 번번이 무산됐다. 이젠 상수원수질개선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 위천단지가 지정될것이라는 기대이지만 성사될지 의문이다. 결국 위천은 대구시민을 애태우며 시간만 보내고 있는것이다.

공단조성에만 5년이 걸리고 또 입주업체들이 가동하기까지도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산업단지 지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대구시에서는 '최악의 경우 지방공단으로 조성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것이 지방공단화다.

그러나 지방공단은 국가지원이 적은만큼 분양가가 비싸 실제 조성효과가 반감되는데다 무엇보다낙동강 수질오염이 진정 우려되는 것이다. 대구시는 국가공단으로 지정받기위해 무방류시스템을도입, 하수배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지방공단이 되면 오히려 낙동강 오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李敬雨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