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어두움이 있는 가하면 진주처럼 영롱한 빛이 있다.
학이 춤추고 순결의 매화가, 강건한 동백이 백골(칠하기전의 가구)속으로 들어가 인간본성에 내재한 이상향을 담아낸다.
섬세한 기예와 작가의 인고가 빚어내는 나전칠기(전통자개장).
천공(天工)의 손끝을 이어받은 곽은수씨(40)는 이 작업을 25년째 해오고 있다. 한 눈 팔지않고 외곬으로 달려온 세월이다.
나전(螺鈿)은 칠공예 장식기법의 하나. 얇게 간 조개껍질을 여러가지 형태로 오려내어 백골표면에붙이고 칠 작업 등 마름질로 완성시키는 작업이다. 조각과 그림이 혼합된 예술, 바로 그것이다."뿌리는 서로 얽히고 가지는 말쑥해야 한다. 또 줄기는 강건하고 꽃은 기이해야 한다"고 매화나수목을 입힐때의 필수적인 방법론을 강조하는 곽씨.
그는 작업소재가 되고 있는 청순한 매화, 늙지않는 정열과 청춘을 상징하는 홍매, 선비정신을 간직한 학에 파묻히다 보면 속세를 벗어난 사람처럼 자유롭다.
나전칠기는 크게 자개·도안·칠 작업으로 나뉜다. 작가 대부분이 한 분야만을 작업하지만 곽씨는 자개와 도안작업까지 하는 재주꾼.
먼저 섬세한 문양에 맞도록 전복·조개·상아·호박 등의 껍질을 갈고 썬다. 학그림에 필요한 재료를 만드는 데만 10여일이 걸려 13석자짜리 자개농을 완성하는데는 5~6개월이 걸린다.이어 십장생, 산수화 등을 담은 바탕그림을 그리고 백골에 베바르고 마름질을 한다. 칠 바탕위에자개가 붙고나면 다시 옻칠을 올린뒤 표면을 수차례 다듬어 무늬가 드러나게 한다.수십여가지 작업단계중 한 부분만이라도 부실하면 망가지고 만다. 각 작업마다 혼신을 불어넣어야 하고 참을성이 필요한 것. 그래서 인고의 작업이다.
"나전세공은 색광현상을 띤 재료때문에 진주보다 더 자연스런 빛을 발하고 자수보다 섬세한 문양이 있는 생활문화예술이다"고 말하는 곽씨.
그러나 그는 "자개농이 작품이라기보다는 상품으로만 인식되고 있다"며 "3명의 인간문화재까지있는 이 분야의 기술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엄청난 제작시간과 인건비때문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작업을 그만두고 있지만 이런 세태도 그의 창작열은 막지 못한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15세때부터 이 길에 들어선 그의 고집은 이분야를떠나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과는 오히려 반대로 정진에 정진을 더한다. 바로 '끼'때문이다.〈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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