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파업노동자의 한숨

입력 1997-01-10 00:00:00

"요즘은 불안해서 밤잠도 못 이룹니다. 행여 공권력이 투입돼 이대로 주저앉게 된다면 아들 녀석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할지…"

9일 오후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 '노동자대회'에서 만난 김성진씨(46·가명)는 쭈그려 앉은 채영하를 넘나드는 추위로 얼어버린 손을 연신 비벼댔다.

김씨는 12년째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밤 9시까지 잔업을 해서 받는 돈은 한달 1백20만원 정도.그래도 김씨에겐 떠날 수 없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제 나이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대상 1호가 될 것은 뻔합니다. 모아놓은 돈이 있으면 장사라도하겠지만…. 집 사느라 진 빚만 2천만원이 넘어요"

그저께는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에게 줄 보충수업비 1만6천원이 없어 쩔쩔맸다. 아버지의 고민을 알 리 없는 아들은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되지않느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파업에 돌입한 뒤 집사람과 크게 다퉜습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파업에 참여하면 나중에 해고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공권력 투입 운운할 때마다 속으론깜짝깜짝 놀라지만 집에선 말도 꺼내지못했습니다"

김씨가 다니는 공장엔 같은 또래 노동자만 50여명에 이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번 '노동자대회'에 참석, "노동법 개악을 철회하라"며 구호를외쳐대지만 답답한 가슴은 좀처럼 뚫리지않는다.

"우리가 뭘 잘못했나요. 일한 만큼 돈 달라는 것이 그렇게큰 죄입니까.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노동법 망령'을 떨쳐버리려는 듯 김씨는 한줌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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