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흔들리는 교사들

입력 1996-11-30 00:00:00

'교사들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대구 ㄱ여중 이모 교사(36)는 최근 매스컴에서 쏟아지는 학교관련 소식을 접하며 스스로에게이같은 물음을 던져본다. '98년부터 체벌금지와 존댓말 수업 의무화' '체벌교사에 대해 정직 이상 중징계' '쉬는시간 벌어진 학생사고는 교사의 책임' 등등. 서울 한 고교교사가 성적처리업무에서 오는 부담감을 못견뎌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은 이교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이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교사들도 교칙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학교 전과자'를양산하는 결과를 낳진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스러워요. 교칙에 조금만 벗어나도 가차없이 제재를가하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보내는 곱지않은 시선도 이교사는 섭섭하기만 하다. '학부모치고 촌지안줘본 사람 있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촌지 안받는 교사 여기 있습니다'라고 소리치고 싶은심정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소위 '능력있는' 교사들도 많아요. 학부모들을 학교까지 불러내선 돈이며 티켓을 받는…. 이제 더 나빠질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요"

이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안하무인(眼下無人)적인 태도다. 여학교인데도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한 학년에 60~70명이나 된다. 이유없이 장기결석하는 학생도 한반에2~3명이 넘는다.

"심지어 복도에서까지 담배를 피워요. 끊을 수 없다고 말하는 학생들에게 이젠 '제발 학교에서만은 피우지 말라'고 애걸하는 실정입니다"

가끔씩 수업시간에 "우리 학원 선생님은 그렇게 안해요"라며 당돌하게 따지고 드는 학생들을보며 "그럼 학원에 가지 학교에는 왜 왔느냐"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교무실로 돌아와 마음속으로운다.

"학교는 학력을 따기 위한 하나의 과정, 교사는 더 이상 학생들의 존경대상이 아닐지도 모르지요"

작은 가방을 들고 교문을 나서는 이교사의 뒷모습이 허전해 보였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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