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의 무난한 재선이 예상되던 미대통령 선거전 중반까지만 해도 이 선거에 대한러시아의 관심은 매우 저조했다. 무엇보다도 옐친의 건강 문제와 레베드 해임, 체첸 사태등 국내문제가 잇달았던 데다가 클린턴과 공화당(共和黨) 보브 돌 후보 간의 격돌로 좁혀진 선거전에서대(對) 러시아 정책 등 대외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 후보의 막판 추격전이 벌어지자 돌 후보가 당선될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가러시아 내에서 높아지면서 선거의 향방에 주의가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클린턴 행정부의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약간의 불협화음을 제외하면 전에 없는 밀월 관계였다. 미국은 옐친 정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러시아의 체첸 침공에 대해서도 관대했다.이러한 양국 간의 부드러운 관계는 무엇보다도 클린턴의 민주당 정권이 대외정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으며, 클린턴과 옐친 두 정상(頂上)간의 개인적 신뢰가 양국관계에서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일 클린턴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러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전망할 수있다. 그러나 돌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러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러시아언론들은보고있다.
우선 전통적으로 미국의 공화당은 국제무대에서의 미국의 지도력을 가장 우선시하는 데다가 돌후보가 공화당 내에서도 소위 보수 본류 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은 대통령이 되면 현재 미.러간의 최대 현안인 NATO확장문제, 제2단계 전략무기 감축협상(STARTⅡ)등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고 할 것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특히 돌후보가 이미 오래전부터 헝가리, 폴란드, 체코등 동유럽국가들을 NATO에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 민주당 정권이 보여주었던 러시아에 대한 일정한 배려를 돌 행정부에게서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러시아외교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또 하나 예상해 볼수 있는 것은 돌이 당선될 경우 그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등 구 소련공화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이들을 대 러시아 견제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경우 독립국가연합(CIS)내에서 맏형으로서의 러시아지위가 흔들릴 우려까지 있다.미국과의 관계를 현상유지하기 위해서는 클린턴의 재선이 최선이라는 러시아의 속마음과는 별도로 최근 러시아 국내에서 부쩍 높아지고 있는 대미(對美)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향후 양국관계를결정하는 또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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