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10-19 14:35:00

취업이나 승진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작년엔가외모를 기준으로 여성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해 남녀고용평등법 을 들어서여성단체들이 거센 항의와 운동을 벌인 일도 있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같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필기시험이나 학교성적보다 면접시험으로 채용방식을 바꾸면서 외모가 한몫 단단히 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승진심사에서도 외모를문제삼는 모양이니 남자도 외모에서 마냥 자유로운 처지는 아닌 모양이다.

타고난 생김새가 일자리를 얻고 지켜내는데까지 그렇게 중요한 변수가 된다면외모가 능력이요 신분인 사회로 간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바쁜 아침시간에욕실을 차지해서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모양내느라 한정없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맑고 건강한 피부를 망치면서 영화배우처럼 화장을 하고 윤기나는 머리를탈색시키고 패션모델처럼 차리고 수업에 나타는 여학생, 타고난 생김새를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잘 사는 부모도 없는 주제에무얼 믿고 그렇게 못생겼냐 는 시체말이 넌센스 코미디만은 아닌 셈이다.

세월이 좋아져서 이제 예전처럼 타고난 신분이 삶의 기회를 결정짓는 시대가아니라 능력과 노력으로 제 몫의 삶을 성취하는 시대라고 말들은 한다. 어찌보면 인류의 역사는 신분의 질곡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오랜 소망과 투쟁으로읽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만일 타고난 외모가 신분이 되는 사회가 된다면능력과 노력으로 지위를 성취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인류가 치르고 겪어야 했던 고통의 세월은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꾸로 흐르는 세태가 문제일까. 이왕이면 다홍치마일텐데 좀 잘 생긴게 평가받는 걸 놓고 신분이니 인류의 역사니를 거창하게 들먹이면서 못마땅해 하는 내가 문제일까.

〈경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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